서울 강동구 명일동 동은아파트./사진=박성대
"구청에서 마련해준다는 SH공사 임대주택은 멀기도 하고 면적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의 5분의 1밖에 안될 정도로 좁아요. 시공사와 건축주인 교회가 인근 선교원을 제시했지만 종교시설에서 어떻게 마음 편히 지낼 수 있겠어요. 가해자가 분명함에도 참 답답합니다." (명일동 동은아파트 거주민 박 모씨)
이주가 더딘 까닭은 시공사와 입주민들이 판단하는 각각의 피해보상액 간극도 크지만, 근본적으로 이주비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동은아파트 입주민인 김창겸씨가 기울어짐으로 인해 아파트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박성대
강동구청은 이들 주민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매입다가구인 SH공사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권유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일반주택으로 옮기길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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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청에 따르면 현재 11가구가 동은아파트에 머물러 있고 이번 주말 1가구가 SH공사 임대주택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동은아파트는 통상 건물이 기울어졌을 때 발생하는 균열이나 유리창에 금이 가지는 않았다. 다만 10년 정도된 아파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도의 노후화가 진행돼 있다.
동은아파트에 붙은 재난시설 지정안내 표지판./사진=박성대
앞서 지난 3일 이곳은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부터 건축물 안전등급(A~E) 중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되는 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은 안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로 사용금지와 개축이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150분의 1 이상 기울면 건물 사용정지 처분이 내려지는데 동은아파트의 경우 100분의 1이 기운 것으로 조사됐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75분의 1 이상 기울어지면 붕괴 조짐이 육안으로 확인된다"면서도 "당장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생활하는데 불편함과 불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동구청에 따르면 대피명령을 내린 이후 현재까지 매일 수평계측기로 점검한 결과 기울기는 현상 유지를 하고 있고 건물이 버틸 수 있는 내력 한계도 범위내 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말 그대로 당장 무너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재난 발생이 우려돼 미리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다"며 "주민 대피후 보수보강이 이뤄지면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이주 후 2개월 정도면 초미립자 그라우트제를 주입하는 디록(D-ROG) 공법을 통해 기초지반을 보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공사장 쪽에서 바라본 동일아파트./사진=박성대
동일아파트 옆 대형 교회의 교육관이 들어설 공사현장./사진=박성대
주민 박씨는 "안전위험으로 인해 떨어질 집값과 정신적 피해보상을 고려한 액수"라며 "이에 대한 논의는 나중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아파트 11가구 중 8가구가 교회에 다닌다"며 "지금 상황이 교회의 잘못은 아니지만, 교회에선 단 한번도 직접 주민들과 접촉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