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가 곧 투자" 퇴직연금에 돈 몰린다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5.02.27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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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퇴직연금 펀드에 8825억원 유입···퇴직연금 300만원 추가 세액공제 효과 '톡톡'

#연봉 8200만원을 받는 직장인 최모씨(33)는 올해부터 퇴직연금 계좌에 300만원을 추가 불입키로 결정했다. 2013년 세법 개정으로 연말정산 환급금이 100만원 가량 줄어서다. 최씨는 "연금소득이 있는 부모님의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는데다 소득공제장기펀드도 가입 요건에도 해당하지않아 퇴직연금이 유일한 추가 절세 항목이 됐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퇴직연금 펀드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세법 개정으로 퇴직연금 납입금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가 가능해진데다 연초 '연말정산 대란'으로 절세 상품 가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여파다. ☞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26일 에프앤가이드 및 현대증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23일까지 퇴직연금펀드에 8825억원이 유입됐다. 이는 퇴직연금 펀드 전체 순자산(7조2586억원)의 12.2%에 해당되는 규모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세액공제 효과가 있는 연금저축 펀드에도 1339억원이 순유입됐으며 소득공제장기펀드로도 229억원이 들어왔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약 6000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통상 연말에 연말정산 준비로 절세상품을 찾는 것과 달리 연초부터 절세 상품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파동과 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확대로 퇴직연금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장인은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에 300만원을 추가 납입할 경우 지방소득세 포함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300만원의 13.2%에 해당되는 환급금은 39만6000원으로, 개인연금에 별도로 400만원을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을 경우 총 700만원에 대한 92만4000원의 환급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연초 퇴직연금펀드의 순유입 증가가 퇴직연금 사업장의 증가로 인한 것인지 개인투자자들이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 추가 납입 때문인지는 수치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통상 1월이면 지난해 퇴직자들의 퇴직연금이 IRP 계좌로 입금되면서 IRP 계좌의 잔고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가집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초 증권 IRP 계좌의 잔고는 연말 대비 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6%, 2014년 5.5%와 비교해 늘어난 수치로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퇴직연금 추가 불입이 소폭 증가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개인 IRP 계좌로 추가 납입하는 투자자들이 소폭 늘고 있다"며 "연말정산에 대비한 공제상품은 주로 연말에 가입하기 때문에 올 연말이면 가시적인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퇴직연금 추가납입은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이 8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공제장기펀드 가입이 불가능한데다 올해부터 청약저축 소득공제도 연봉 7000만원 이하로 제한되면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 고액연봉자들의 유일한 절세 금융상품이 돼서다. 퇴직연금 수령시 연금소득세를 내지만 개인연금과 합산해 연 수령액 1200만원까지는 3~5%의 세율이 적용되므로 13.2%의 세액공제가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경우 중도인출이 어렵고 패널티가 커, 연 700만원 정도를 장기로 묶어둘 수 있는 투자자들이 주로 추가납입에 나설 수밖에 없기도 하다.

오 연구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절세가 곧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3년 국채 수익률이 2%를 하회하고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1%대로 내려가면서 절세상품은 세금 환급 효과가 안정적인 '무위험 수익'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퇴직연금 펀드는 KB자산운용의 KB퇴직연금배당40 펀드로 25일까지 2072억원이 유입됐다. 그밖에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인컴플러스, 신영퇴직연금배당채권 펀드로 각각 917억원, 651억원, 616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개인들의 추가불입 외에도 저금리 기조에 직장인들과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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