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직 유커 뿐"…대안없는 유통업계 딱하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15.02.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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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직 유커 뿐"…대안없는 유통업계 딱하다


지난 22일 한 20대 젊은 중국인 여성이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서 하루동안 3억3000만원어치 보석쇼핑을 즐겼다. 결혼을 앞둔 30대 중국인 예비부부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등을 돌며 혼수예물 구입에 1억6000만원을 썼다고 한다. 쇼핑에 나서면 수천만원을 우습게 쓰는 큰 손 유커 고객이 늘면서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업계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번 춘제 연휴에 한국을 찾은 유커는 무려 13만명.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유커 1인당 평균 소비지출액(숙박·교통료 등 제외)이 약 2000달러(200만원) 남짓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남짓한 연휴기간 동안 한국에서 2억5000만달러(2500억원) 이상을 쇼핑에 사용한 셈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 등이 명절 휴무까지 바꿔가며 유커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다.



유커들이 한국에서 돈을 많이 쓰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이들이 지갑을 더 열도록 마케팅이나 서비스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커 외엔 대안이 없어보이는 현실이다. 이번 춘제 기간 중 롯데백화점 본점의 유커 매출 비중은 지난해보다 9%포인트 높아진 26%에 달했다. 면세점은 연매출의 절반 이상이 유커에서 나온다.

유커 마케팅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싹쓸이 쇼핑에 나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밀수꾼'이라 부르며 항의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반중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에 밀려 내국인들이 쾌적한 쇼핑을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유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상존한다. 3~4년 전만해도 한국 유통가 큰 손이던 일본인 관광객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전례가 있어서 더 그렇다.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은 갑자기 한국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일본 내수를 살리기 위해 아베정부가 시행한 양적완화 정책 영향이 크다. 엔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한국 관광은 손해보는 일이 된 것이다. 유커도 대내외 변수에 따라 썰물 빠지듯이 사라질 수 있다. 영업규제와 내국인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유커 외에 대안이 없는 국내 유통업계의 사정이 딱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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