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딥러닝⑦] 멀리 보고 황금알 낳을 거위를 키워라

머니투데이 테크엠 편집부 2015.03.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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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 기술개발 조건

[인공지능과 딥러닝⑦] 멀리 보고 황금알 낳을 거위를 키워라


73.1과 2.3년. 이 두 가지 숫자는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수준을 나타내는 수치다.

73.1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가인 미국의 기술수준을 100이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기술수준이고, 2.3년은 미국과의 인공지능 기술격차를 기간으로 환산한 것이다. 국가 산업기술 연구개발을 기획·평가·관리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2013년 산업기술수준조사를 통해 이 같은 수치를 도출했다.

최근 우리 정부와 연구기관, 민간기업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강화해 2013년에 비해 기술수준이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글로벌 IT기업들이 우리 기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 분야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온 것을 감안하면, 2013년 이후 현재 미국과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같은 조사에서 국내 인공지능 기술수준은 유럽과 일본에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기준으로 유럽은 85.7, 일본은 83.7의 인공지능 기술수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돼 우리나라보다 10점 이상 높았다.

미국과 2년 넘는 인공지능 기술격차
이 같은 격차는 최근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시장은 정보보호, 클라우드컴퓨팅 등 소프트웨어(SW) 관련 분야의 다른 어느 시장보다 규모가 크고 성장률이 가파른 것으로 분석된다. IDC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시장규모는 2015년 약 1270억 달러, 2017년 약 1650억 달러로 예상된다. 또 영상처리 세계시장 규모는 2015년 약 765억 달러, 2017년 약 1090억 달러로 예상되며(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 음성인식 시장규모는 2015년 약 840억 달러, 2017년 1130억 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시장조사업체 BCC리서치) 또 맥킨지는 2025년 인공지능을 통한 ‘지식노동 자동화’의 파급효과가 연간 5조 2000억~6조 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딥러닝 등 머신러닝 분야 기술개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금은 지난해 3억 920만 달러로 2010년의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연구개발도 강화되고 있다.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시냅스(SyNAPSE) 프로그램은 IBM과 HRL, 대학 등이 컨소시엄으로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을 연구하고 있다. 예산은 2008년 1억 1800만 달러에서 2011년 2억 68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또 EU는 미래기술(Future Emerging Technology)로 브레인 컴퓨팅을 선정, 2011년 포유류의 두뇌를 모사하는 대규모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일본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프로젝트인 ‘토다이’ 로봇 프로젝트를 2011년부터 10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021년경 도쿄대 입시 합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공지능과 같이 장기적으로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에 취약점을 안고 있다.

꾸준한 연구 어려운 국내 풍토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발표한 소프트웨어(SW) 분야 기술별 투자현황을 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간 투자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임베디드SW, 클라우드컴퓨팅, 보안SW 분야는 타 분야에 비해 높은 기술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영상인식 및 분석 등 새로 부상하는 기술에 대한 초기 투자와 기반기술인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인공지능 등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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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진행된 SW 연구개발 투자현황을 보면, 5년 간 지원된 6053억 원 중 기초 및 원천기술 분야 투자는 26%로 사업화 분야(74%)에 대한 투자보다 크게 적었다. 또 특히 DBMS(3%), 인공지능(3%) 등 장기연구가 필요한 분야의 지원은 크게 부족했다. 이는 산·학·연 역할 구분 없이 단기성과에 치중한 연구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결과적으로 국가 고유 임무인 미래 역량 확보에 한계를 나타내는 원인이 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학, 연구소 등 현장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장기적이고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하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KAIST 명예교수)은 “딥러닝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현장 코딩이 아니라 연구를 하는 쪽의 주제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공부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국내 풍토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부터라도 인공지능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확대하지 않으면 기술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2013년 전략적 연구개발 투자 우선순위를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 SW를 아주 긴급하게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선정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인공지능, 영상처리 및 인식, 음성인식 등 지능형 SW 분야의 기술은 미국이 강세이나 유럽이나 일본도 주력해 경쟁력이 높고 국내도 일부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에 있어서 교사 학습 기반은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이나, 인공 신경망 기반의 딥러닝 기술은 격차가 있어 장기적인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자동통번역 핵심기술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나 확장기술 개발이 시급하고, 연속어 음성인식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비정형 대화체 음성인식 기술은 미성숙 단계여서 음성 빅데이터 분석 등에 적용하기 위해 추가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혁신에 대한 투자; 실리콘밸리의 동학’ 보고서에서 SW 중심사회에서 대부분의 범용적 SW는 오픈소스로 제공될 것이지만, 인지 컴퓨팅 등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의 시대에 경쟁우위를 가져올 핵심적 역량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라고 강조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저렴한 컴퓨팅 자원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 빅데이터, 고도의 알고리즘과 이에 기반 한 인지 컴퓨팅, 로봇이 결합하면 기업, 소비자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플랫폼의 대두가 가능한데 이미 실리콘밸리는 이러한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며, 컴퓨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처하고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미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과감한 문샷(아폴로계획에 따른 인간 달 착륙과 같이 10%가 아닌 10배 혁신을 미개척 분야에서 추구하는 것을 의미)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인공지능 관련 유망산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인공지능 관련 국가 연구개발 사업 및 산·학·연 협력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제, 금융지원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인공지능과 딥러닝⑦] 멀리 보고 황금알 낳을 거위를 키워라
인공지능 확산 부작용 최소화 준비 필요
현대경제연구원은 또 인재 확보와 관련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먼저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학제 간 융합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관련 협동과정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국내·외 우수인재 유치와 함께 장기적으로 안정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제안했다.

또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에 대비해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의 적용범위를 인공지능 관련 산업으로 넓히는 방향에서 개정을 검토하고,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교통사고, 의료용 로봇 관련 의료사고 등 인공지능 기술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상대적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게을리해 미국 등과의 연구개발 수준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고 해외 글로벌 IT 기업들이 딥러닝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진형 소장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국내에서 만들어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새로운 방법론이 나오면 바로 쫓아갈 수 있는 수준은 된다”며 각 영역별로 딥러닝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마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또 “딥러닝의 발전을 위해 충분한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이 두 부분 모두 뒤져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글로벌 커뮤니티와 공조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내 각 영역(업종)별로 딥러닝을 활용한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장 인력과 딥러닝 전문가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금융사기를 효과적으로 탐지하기 위해 금융권 사고 패턴을 모으고 최적의 방법론으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금융 현장의 문제를 아는 사람은 딥러닝 방법론을 모르고 딥러닝 방법론을 아는 사람은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를 연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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