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지만, 우리는 사람이 밭에서 키운 인삼보다 사람 손을 타지 않고 자란 산삼이 더 좋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
같은 논리로 우포늪에서 자란 미나리가 일반 논에서 키운 미나리보다 혈액 정화나 콩팥 기능 개선에 더 좋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자연의 하수종말처리장’ 같은, 더러워진 물을 정화하는 늪의 생리가 미나리에 그대로 옮겨갔기 때문에 논에서 자란 미나리의 효능과 비교할 수 없다는 거다.
책을 읽다 보면 어른들로부터 전해들은 ‘음식궁합’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자장면에 따라 나오는 단무지나 양파, 테이블에 올라있는 식초나 고춧가루가 자장면과 ‘찰떡궁합’ 반찬인 이유 앞에선 무릎을 치게 된다.
자장면은 밀가루의 뭉치는 효과로 인해 체하기 쉬운 음식이다. 실제 어르신들은 자장면 몇 젓가락에도 금방 체하고, 소화도 잘 안 된다. 한의학에서 체기를 방지하는 맛은 신맛과 매운맛이다. 신맛은 음식을 녹이고, 매운맛은 뭉친 것을 흩트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무지에 식초를 듬뿍 쳐 먹어야 하는 이유는 단무지 위생 때문이 아니라 신맛을 강하게 해 하기 위해서다. 고춧가루를 섞어 먹으면 좋은 이유도 자장의 느끼함 때문이 아니라 뭉치는 것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모두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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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약인 동시에 독인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늘 과한 술이 문제다. 책에선 술독과 소변을 함께 다룬다. 저자는 술독은 일종의 ‘정체된 습기’라 땀이나 소변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술 먹은 다음 날, 달리기나 등 운동을 통해 땀을 빼는 이유다. 더불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것이 술독을 푸는데 좋다. 결국 술독을 푸는 식 재료는 땀을 많이 흘릴 수 있게 하거나 소변을 잘 통하게 하는 것들이다.
모든 물고기나 조개류 등 수중생물은 정체된 물을 빼내는 효능이 있으니 숙취 해소에 만점이다. 미역, 매생이, 미나리도 마찬가지다. 콩 중에선 해독 효과가 뛰어난 녹두가 최고다. 오래 전부터, 녹두전이 좋은 술안주가 된 이유다.
이 책은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 보다 ‘왜 그런가’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쌀을 특성에 맞게 다르게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 고산 식물이 암 치료에 좋은 이유, 심해 물고기가 뇌, 눈, 피에 좋은 이유. 모두 ‘자연’과 ‘생태계’ 그 자체 답이 있다.
책의 시작은 물이다. 동의보감에는 물을 ‘33가지’로 분류한다. 언제 어디서 그리고 어떤 상태(강, 폭포 등 운동성)에서 떴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좋은 물과 나쁜 물 역시 내 몸에 맞느냐에 따라 다르다.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최철한, 라의 눈, 256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