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현 동그라미재단 책임연구원
사연을 접한 에블링은 남수단으로 대니얼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대니얼의 인공팔 제작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3D프린터를 이용해 대니얼의 인공팔과 손을 만들었다. 이 인공팔 덕분에 대니얼은 2년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밥을 먹으며 감격스러워 했다.
에블링은 대니얼 같은 신체절단피해자를 위해 지역 병원에 인공팔을 만드는 제작 공간을 만들고 2대의 3D프린터로 인공 팔을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이 공간에서는 지금도 남수단의 신체절단 피해자들을 위한 인공팔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에블링과 낫임파서블랩의 실천은 ‘디지털기술의 기본은 공유하고 확산시켜 함께 누리는 것’이라 말해준다. 이들은 “기술과 지식이 인류의 치유를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로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프로젝트의 기술과 연구내용을 모두 공개하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가능을 극복(Not impassible)하고자 한다.
정보와 기회를 균등하게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공익의 영역에서 디지털은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전신마비자가 다시 그래피티 예술가로 활동할 수 있게 돕기도 했다. 에블링은 ‘극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즉 루게릭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그래피티 예술가, 템트의 사연을 알게 됐다.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템트에게 도움을 주고자 찾아갔을 때, 그의 형은 그에게 “동생과 다시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루게릭병 환자의 의사소통을 위해 개발된 기계는 너무 비싸서 템트의 가족이 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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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링은 전 세계에 있는 프로그래머 7명을 모으고 자신의 집에서 1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안경테와 플레이스테이션3용 소형카메라, LED전구와 전선으로 ‘아이라이터’를 만들어 냈다. 이 장치는 눈동자의 깜빡임과 움직임을 인식해 레이저포인터를 작동시킨다. 컴퓨터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템트는 ‘아이라이터’ 덕분에 7년만에 처음으로 가족들 앞에서 자신이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후 그는 그래피티 예술가로도 다시 활동하게 됐다.
낫임파서블랩은 ‘아이라이터’가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장치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제작과정과 연구내용, 프로그램소스를 오픈소스로 모두 공개했다. 이들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 장치를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 뇌파를 이용하여 소통할 수 있는 ‘브레인라이터’라는 장치를 개발하자면서 전 세계의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공유와 확산, 참여. 이를 통해 디지털기술은 새로운 삶을 만들어내고 있다.
3D로 만든 의수로 2년만에 숟가락을 들고 스스로 식사를 하는 대니얼./사진=낫임파서블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