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00일' 진상조사·선체인양 모두 제자리걸음

뉴스1 제공 2015.02.0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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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보다 더 힘든 건 잊혀지는 것"…점점 외로워지는 '싸움'
진상조사위 제자리걸음…선체 인양 조사만 3개월째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김일창 기자 =
세월호 참사 300일을 하루 앞둔 2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은 스산했다. /뉴스1© News1 정회성 기자세월호 참사 300일을 하루 앞둔 2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은 스산했다. /뉴스1© News1 정회성 기자


세월호 참사 300일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은 스산했다. 왕복 11차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은 있어도 농성장을 들여다보는 눈길은 없었다. 자원봉사자 두 명만이 농성장 한 켠에 마련된 카페에 앉아 있었다. 차들이 지날 때마다 윙하는 소리에 얇은 천막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해가 바뀌고 벌써 2월이지만 세월호 진상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300일이 지나도록 특별진상조사 위원회는 출범도 못 했고, 세월호 인양도 불확실하다. 지난달 서울시가 농성장 천막 14개 중 13개를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새벽 주변 순찰을 하고 와 잠시 눈을 붙였다는 영석 아버지 오병환씨는 "소음, 공해, 추위보다 더 힘든 것은 잊히는 것"이라며 "무엇하나 해결된 건 없는데 사람들 기억 속에선 잊히고 있다"고 쓴입을 다셨다.

◇ "진실은 아직 바닷속"...세월호 특위 제자리걸음



지난해 11월7일, 참사 200여 일만에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세월호 진상조사위는 아직 첫발도 내딛지 못했다. 설립준비단이 출범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사무처와 예산안의 규모를 놓고 여야는 물론 특별조사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다.

야당은 특위가 진상규명을 하려면 사무처 및 예산의 규모를 적어도 현재 수준(125명, 241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특위의 예산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사위원에 대한 대통령 임명도 기약이 없다. 사무실을 구하고 공무원 파견과 인사 채용 과정까지 고려하면 조사위는 적어도 3월 말은 돼야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운 설립추진단 상임위원은 "늦어도 1월 중순에는 출범을 했어야 하는 데 여당의 반대로 거의 모든 게 중단된 상태"라며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 진실 밝힐 선체 인양 조사만 3개월째

세월호 인양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인양은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 아직 바닷속에는 실종자 9명이 남아있는 데다 선체가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결정적인 증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해 11월 세월호 수색 중단 결정을 받아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영석 아버지 오씨는 세월호를 반드시 인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 왜 배가 침몰했는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세월호를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해 이런 대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세월호 선체 인양 가능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선박·해양과학·잠수 등 분야 민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23명으로 구성된 '세월호 선체처리 관련 기술검토 TF'를 꾸렸다. 지난 몇 달 동안 세월호 사고 지점의 수심과, 조류 속도, 지질 조건을 조사하고 선체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세월호 선체는 평평한 지점에 위치에 있고 지반은 자갈 등이 고화된 단단한 지층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실제 인양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비용이 최소 1000억~2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기간도 6개월에서 1년 이상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체가 진상을 규명하는 데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다. 이미 검찰수사 등을 통해 사고원인이 대부분 규명됐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선체를 인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인양 과정에서 추가로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가 8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300일 진실마중 한마당 행사"에서 세월호 인양과 책임자 처벌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2015.02.08/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세월호 가족협의회가 8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300일 진실마중 한마당 행사"에서 세월호 인양과 책임자 처벌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2015.02.08/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무관심 속 외로운 싸움…"그래도 계속해야"

300일이 지났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국민들의 온정은 하루가 다르게 식고 있다. '잊지 않을게'라는 말은 어느샌가 '아직도', '이제 그만'으로 바뀌었고, 세월호 사고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도 쌓여 간다.

여기에 '폭식 투쟁', '어묵 비유' 등 일부 극단 세력의 공격은 유가족의 싸움을 더 어렵게 한다.

"'시체 장사 그만해라', '해상 교통사고로 이렇게까지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에 비수가 꼿힙니다. 관심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어쩌면 정부가 이런 걸 원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을 끌어서 관심이 사라지게 하는 거 말입니다."(유가족 오병환씨)

이제 유가족들은 차가운 시선까지 끌어안고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지난달 26일 세월호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도보순례를 떠났다.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한 이번 순례는 오는 14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끝난다.

오씨는 이를 두고 유가족들이 '언론인'이 됐다고 말했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줄어 가족들이 직접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게 국민들이 잊지 않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요.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저희는 계속 나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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