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팔방미인, ETF로 자산배분을"

삼성자산운용 ETF팀 김승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 차장 2015.02.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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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김승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 차장

"재테크 팔방미인, ETF로 자산배분을"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점점 재테크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은행 이자보다 수익률이 좀 나은 상품은 없을까? 금리는 불만이고 주식은 불안하고 위험하지 않으면서 투자할 만할 데가 없을까? 이런 식의 질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게 있다면 내가 제일 먼저 가입하고 싶은데 그런 게 있을까?

저성장과 저금리는 부동산 및 채권 등 각종 자산의 기대수익률을 낮춰놓았다.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률.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위험과 수익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서로 양립할 수가 없다. 안전하지만 낮은 기대수익을 가지는 자산과 위험하지만 기대수익률은 높은 주식(펀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질문이다. 선택이 쉽지 않다. 돈이 걸린 문제이니 더더욱 어렵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금방 답을 찾았을 것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우문에 가장 현명한 답은 아마 “둘 다 좋아” 일 것이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둘 다” 투자하면 된다. 이제는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자산만으로는 물가상승률 조차도 감당하기 어렵다. 주식이 위험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피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어느 한 쪽만 좋아할 것이 아니라 주식도 좋아해야 한다. 다만, 그 비율은 자금의 목적과 위험성향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주식이 그렇게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장 내일의 주가, 이번 분기, 올 해와 같은 짧은 기간의 주가는 예측하기가 힘들지만, 주식시장이란 결국 긴 시간을 두고 보면 경제의 발전과 함께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단기로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 노후자금 등 투자 기간이 긴 자금이라면 투자자산의 일부는 주식시장 상승을 믿고 투자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호재가 더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과 다양한 기관투자가들이 점차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관투자가들도 더 이상 안전만 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에의 투자를 늘리지 않고서는 필요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주식투자 비중 역시 늘어날 것이다.

주식을 매수하고 보유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주가는 재평가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주가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장부가치와 동일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기업이익의 10배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정도로 저평가 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그 동안 이머징국가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았고 안전자산 선호도 강했기 때문인데 이제 너도나도 주식으로 자산 배분을 하게 되면 설사 기업의 실질가치에 변화가 없다 해도 주식은 재평가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주식(펀드)을 사느냐의 문제인데 이 부분이 가장 쉽다. 그냥 ‘시장’을 사는 거다. 어떤 기업이나 특정 펀드매니저를 알기는 어려워도 ‘시장’을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이 발전할수록 시장을 이기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장’을 사는 효용은 더욱 올라간다. 그런데 '시장'을 사고 싶은데 어떻게 사면 될까?

2000년초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진행했던 원숭이와 아마추어 투자자, 그리고 투자 전문가의 수익률 게임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년 동안 진행한 이 게임의 승자는 놀랍게도 원숭이였는데, 원숭이는 -2.7% 손실을 기록해 1등을 차지했고, 그 뒤로 투자 전문가와 아마추어 투자자가 각각 -13.4%, -28.6% 손실을 기록하였다. 다트판에 다트를 던져 말 그대로 ‘찍기’를 한 원숭이를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모두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이 수익률 게임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무리 전문가라도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주가를 맞히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니 시장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 자체에 투자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투자 상품이 바로 인덱스펀드이다. 인덱스 펀드의 선두주자인 뱅가드의 존 보글이 1975년 미국 500대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출시했는데 미국인 최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 박사는 2005년 “존 보글의 인덱스펀드 개발은 바퀴와 알파벳 발명만큼 가치 있다”며 보글의 업적을 기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인덱스펀드를 건너뛰고 곧바로 직행한 투자 상품이 있으니 바로 상장지수펀드라 부르는 ETF(Exchange Traded Fund)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하여 주식처럼 거래하게 만든 상품이다. ETF는 국내 투자 상품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2002년 시장이 도입된 후 2014년 말까지 연평균 30%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ETF 성장세는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왜 ETF가 2000년대 들어 기타 금융상품에 비해 급성장하는 것일까? 그리고 ETF는 투자자에게 어떠한 유용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일까?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ETF는 인덱스의 저렴한 비용과 투명성, 그리고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 ETF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비용을 꼽을 수 있다. ETF에 투자하여 발생하는 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거래비용이라는 부분은 약간의 노력만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은 실질소득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TF의 또 다른 장점은 분산투자와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ETF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대부분 다 투자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주가지수 ETF부터 채권, 상품,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ETF가 있으며 나아가서는 해외 주가지수뿐 아니라 해외 채권, 해외 상품, 해외 테마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ETF 시장에서 기관과 연기금의 투자가 늘고 있는데, 이들
이 ETF를 저비용의 효율적인 자산배분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투자는 비용과 수익의 함수다. 비용은 수익을 갉아먹는 요인이며 동시에 투자자가 가장 확실하게 통제해 실질적인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찾기 대신, 싸고, 어렵지 않은 ‘시장’투자로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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