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렌탈 9000억 지른 어피니티, 빚이 6000억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5.01.3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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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입찰 배경에 오비맥주 신화 자신감…과도한 부채로 구조조정·이자부담 우려

홍콩계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가 KT렌탈 인수전에서 최대 차입구조로 최고가인 9000억원대 풀베팅을 감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4500억원 가량의 인수금융 지원을 확약 받고 현대증권으로부터 1500억원 규모의 중순위(메자닌) 대출 지원을 받아 약 6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해 입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어피니티는 약 3조8000억원 규모의 네 번째 블라인드 펀드(Affinity Asia Pacific Fund Ⅳ LP)를 갖고 있어 이 풀(Pool)에서 약 3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해 9000억원을 조달하려는 계획으로 베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의 제안이 파격적인 것은 다른 경쟁사들보다 10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해서다. 현재 SK네트웍스 (5,040원 ▲20 +0.40%)는 8000억원대 초반의 가격을 제안했고 MBK-IMM컨소시엄과 SFA-농협PE컨소시엄은 7000억원대 후반, 롯데는 6000억원대 후반의 가격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KT렌탈 인수가치가 본 입찰 직전 오릭스와 효성 등 유력 후보들의 이탈로 예상보다 낮은 6000억~70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되리라던 예상을 단번에 무너뜨린 것이다.

통상 어피니티 같은 글로벌 PEF 운용사는 바이아웃(경영권 지분 매매) 투자에 나설 경우 3~8년 사이의 매입-재매각 기간에 20% 이상의 연간 수익률(IRR)을 기대한다. 전문가들은 20% 수익률을 기준으로 할 경우 KT렌탈 인수가의 최대치를 8100억원으로 계산한다. 인수자금의 60%를 차입금으로 조달하고 90% 배당성향을 가정한 결과다.



이 구조는 PEF 운용사와 달리 계열사 인수 시너지가 큰 SK네트웍스가 본 입찰에 내놓은 제안과 일치한다. SK네트웍스 실무팀은 KT렌탈 인수전에 MBK와 어피니티 등 쟁쟁한 PEF가 나선다는 사실을 전제로 20% IRR을 만족하는 금액의 최대치인 8100억원보다 다소 높은 8200억~8300억원을 제시했다. 어피니티는 그러나 SK네트웍스의 노림수를 읽은 듯 파격적인 가격을 제안했고 이 결과는 인수자금 및 배당성향 전제를 가정하면 IRR 기준 15% 기준으로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인수자금 중 차입금 조달비중을 50%로 낮춘다면 수익률 예상은 13% 이하로 줄어드는 가격이다.

어피니티가 공격적인 베팅을 한 이유로는 2가지가 제기된다. KT렌탈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면서도 자신들의 펀드 운용상황이 복합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이 첫 번째다. 3조원이 넘는 4호 펀드 자금을 3년 내에 투자해야 하는데 아직 절반도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KT렌탈 인수전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3호 펀드의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두 번째는 지난해 오비(OB)맥주를 재매각하며 41억 달러(약 4조3000억원)의 순수한 자본차익을 냈고 이로 인해 PEF 투자가들로부터 확신에 가까운 신뢰를 얻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9년 중반 모두의 우려 속에서도 18억 달러에 오비맥주를 KKR과 공동 인수해 성장성을 키워냈다. 그리고 지난해 초 5년 만에 AB인베브에 이 회사를 58억 달러를 주고 되팔아 4조원이 넘는 차익이라는 신화를 남겼다. 어피니티와 KKR은 이 딜 한번으로 1조원에 가까운 인센티브 및 운용 수수료를 얻게 됐고 박영택 어피니티 부회장과 이철주 대표는 각각 1000억원 이상의 개인 수수료를 챙기게 됐다.


금융시장에서 젊은이들의 선망 대상이 된 어피니티 운영진은 이번엔 렌탈업의 성장성에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낮은 IRR 기대에도 불구하고 투자가들을 설득해 공격성을 노출한 것이다. 대신 9000억원대 최고가 베팅을 하면서도 차입비율을 200%로 높여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SK 등 쟁쟁한 대기업을 누르고 KT렌탈을 인수하기 위해서 먼저 고액의 베팅이 필요했고 대신 ROE(자본이익률)를 높이기 위해 자본의 두 배가 되는 차입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가인수는 어피니티로선 문제가 없지만 KT렌탈에 재무적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렌탈의 현재 차입금이 1조6000억원대인데 여기에 어피니티가 만들 특수목적회사(SPC)의 부채 부담이 전이되면 매년 이자부담이 800억원(현 600억원)까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니티가 KT렌탈을 인수할 경우 KT렌탈의 신용등급이 추락해 이자부담이 늘 수 있고 현재 300억원 수준인 당기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가능하다.

국내 1위 렌터카 기업을 외국계 펀드가 매입해 구조조정이 진행되거나 중국 등 해외 기업에 재매각해 국부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도 어피니티가 감당할 몫이다. 준공기업의 성격을 가진 KT가 이런 이유로 고용승계가 확실하고 사회적 비판의 여지가 크지 않은 인수자를 선호하고 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PEF 운용사보다는 전략적 투자자에 KT렌탈을 내주어 시장 안정성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거래 관계자는 "일단 어피니티가 최고가를 제안했지만 다른 후보들이 가격을 올려 재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승부가 확실히 갈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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