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주식투자, 이것만은 하지 말자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5.0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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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77>돈 잃는 투자습관 버리기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30년 가까이 행동재무학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하면서 매우 이상한(strange) 선택을 하는 습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전통 재무학의 관점에서 보면 주식 투자자들이 너무나 바보스런(foolish)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는 게 이상하다 싶을 정도다.

그러나 이상한 선택과 바보스런 실수를 단지 비이성적(irrational)인 행동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나은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자신의 투자습관 가운데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잃게 만드는 것들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그래서 “새해 주식투자엔 이것만은 하지 말자”에 해당되는 돈 잃는 잘못된 투자습관을 살펴보고 이 중에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보자.

1.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너무 서둘러 팔아 치우고 반대로 떨어지는 종목은 너무 오래 쥐고 있는다.



사람들은 돈을 벌 종목을 골라 주식투자를 한다. 그런데 일단 주식을 산 뒤에는 돈을 벌기 보다는 돈을 잃지 않으려는 생각(loss aversion)에 집착한다. 그래서 주가가 계속 떨어져도 얼른 정리하지 못하고(자신이 잘못된 투자 결정을 내렸음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주가가 반등하길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주가 반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많은 경우 더 큰 손실을 입은 뒤에야(만약 이미 처분하고 다른 종목에 투자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기회이익까지 고려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지고, 후회는 배가 된다) 주식을 처분하게 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참지 못하고 서둘러 팔아 너무 적은 이익을 취한다. 많은 경우 내가 주식을 판 뒤에도 주가는 한참 더 오를 때가 많아 아깝게 놓쳐 버린 기회이익이 이만저만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행동재무학에선 이같은 투자 습관을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 부른다.


2. 주가가 내리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잘못 믿고 주식을 산다.

사람들은 무작위적인(random) 미래의 사건을 예측할 때 과거와 관련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동전 던지기에서 연속 두 번 뒷면이 나오면 사람들은 이제 앞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그 이유는 (매 번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평균의 법칙(law of average)이 적용된다고 잘못 믿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주식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미래의 주가는 무작위적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내리면 이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강하게 믿는다. 그래서 주가가 내릴 때마다 계속해서 매입에 나서 소위 '물타기'(cost averaging)를 한다. 금방 오를 거라 여기며 말이다. 하지만 대체로 투자금이 다 소진될 때까지 주가 반등은 오지 않고 결국 잘못된 투자를 했다고 깨닫게 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를 땐,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할 매도를 하기 보다는 단번에 전량 매도하려 한다. 주가가 올랐기에 이젠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내리기 전에 얼른 처분하고자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분할 매도시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행동재무학에선 이러 투자습관을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 부른다.

3. 52주 최저가와 최고가를 보고 매입·매도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52주 최저가와 최고가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주가가 52주 최저가와 최고가 사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매입·매도를 결정한다. 가령 주가가 52주 최저가에 떨어지면 주가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매수에 나선다. 당연히 주가는 52주 최저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데, 실제로 종종 그런 일이 벌어져 투자자에게 상당한 손실을 안겨 준다.

반대로 주가가 52주 최고가에 못 미칠 때는 52주 최고가까지 오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이익 실현을 미룬다. 결국 그나마 있던 이익마저 다 날려 버리고 낭패를 볼 때가 많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아무런 근거없는 임의의 숫자에 끌려 투자하는 행태를 두고 행동재무학에선 앵커링(anchoring)이라 부른다.

4. 손실을 입으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빈번히 거래한다.

주식투자를 오래하다 보면 빠지기 쉬운 행태가 바로 과신(overconfidence)이다. 특히 자기만의 방식대로 주식투자를 잘 해온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만약 이런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손실을 입기 시작하면 매우 심각한 과신의 문제에 빠지게 된다. 시장이 변해 자신의 투자 방식이 더 이상 효과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예전 방식을 끝까지 고수한다. 그러다보면 실수가 반복되고 더 큰 손실을 입는다. 그러면 이 손실을 빨리 만회하기 위해 더 빈번하게 거래를 일으킨다. 거래 규모도 확 늘린다. 나아가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거래도 거리낌없이 행한다. 자신은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고 확신하면서.

행동재무학에선 남자일수록 주식투자에서 과신에 빠지기 쉽다고 경고한다. 과신하는 것과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지키는 것과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다. 그래서 자신이 과신의 함정에 빠져 있는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만약 주식투자에서 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과신의 오류엔 빠져 있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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