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업 구조조정..더 추운 안산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4.12.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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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차 협력사 및 소규모 기업 피해도 극심…"밤에 잔업하는 직원 없어 식당도 썰렁"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FPCB 기업 인터플렉스 1공장. 인터플렉스는 올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FPCB 기업 인터플렉스 1공장. 인터플렉스는 올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세월호 사건의 아픔이 다 가시지 않은 경기도 안산. 주요 기업의 실적악화로 주가 급락에 이은 구조조정까지 더해지며 안산의 체감온도는 더 낮고 춥다. 경기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반월공단'(안산반월국가산업단지)을 무겁게 짓누르는 모습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9910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을 눈앞에 뒀던 인터플렉스 (14,830원 ▲130 +0.88%)는 올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뒤 찾아온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 93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FPCB(연성회로기판) 전문기업 인터플렉스는 커진 외형에서 기인한 고정비 증가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말 1240명이던 직원수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791명으로 줄었다. 9개월 만에 전체 직원의 36%(449명)가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은 비단 인터플렉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안산에 위치한 또다른 FPCB 기업 플렉스컴 (73원 ▼92 -55.8%) 역시 지난해 말 665명이던 전체 직원수가 올해 3분기 말 435명으로 줄었다. 인터플렉스와 플렉스컴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FPCB를 만드는 회사로 삼성전자 등과 거래한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협력사 실적 악화로 이어지며 급기야 협력사의 구조조정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1987년 조성된 반월공단에서 1996년 삼보컴퓨터에 이어 지난해 두번째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LED(발광다이오드) 기업 서울반도체 (9,870원 ▲20 +0.20%)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올해 극심한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며 전체 임직원수가 2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1146명이던 직원수는 올해 3분기말 979명으로 줄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진행하지 않았지만 퇴사, 이직 등으로 직원수가 줄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또다른 LED(발광다이오드) 기업 우리이앤엘 (1,049원 ▼12 -1.13%)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300명이던 직원수는 올해 3분기말 197명으로 줄었다. 이 외에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안산 소재 다수 전자부품 관련기업이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력 감축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 안산 주요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도 점차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반도체와 플렉스컴, 우리이앤엘은 연초대비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인터플렉스는 최근 주가가 1만원대 중반까지 회복하며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2012년 7만원을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올해 4만400원으로 시작한 서울반도체 주가는 이날 종가 1만7850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플렉스컴은 1만850원에서 5490원으로, 우리이앤엘은 3800원에서 187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인터플렉스는 올해 2만120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지난 8월 1만원을 밑돌기도 했지만 최근 반등, 이날 종가 1만5250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서울반도체와 인터플렉스처럼 지역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기업에서 일감이 줄어들 경우 주변에 있는 2~3차 협력사 및 소규모 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안산 반월공단 길가에 있는 공장 분양 현수막. 불황이 이어지면서 공단 안에서 공장 분양 및 임대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안산 반월공단 길가에 있는 공장 분양 현수막. 불황이 이어지면서 공단 안에서 공장 분양 및 임대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안산 소재 기업 관계자는 "매출액이 5000억원을 넘어가는 큰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정도로 일감이 줄어들면 해당 회사와 관련된 외주업체나 소규모 협력사, 소사장들의 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자부품 업계 관계자는 "안산에 있는 소규모 기업들은 2~3년 전 업황이 좋을 때 물량 확보를 위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다 설비를 늘린 사례가 많은데 지금은 직원들 월급을 주거나 은행 이자를 갚기도 힘든 회사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산상공회의소 12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안산지역공단(안산스마트허브) 9월 가동률은 전국 평균(80.4%)보다 낮은 77.2%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생산액은 3조67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5% 감소했다. 고용인원 역시 17만1805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 줄었다.

반월공단 안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경태씨(가명)는 "주변 전자업종 기업들의 경우 아예 비어있는 공장도 적지 않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일감이 많이 줄어든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며 "특히 예전에는 저녁에도 손님이 꽤 있었는데 요즘에는 회사에서 밤에 남아 잔업하는 직원들이 확 줄면서 저녁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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