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톡톡]너보다만 빠르면 돼

머니투데이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2014.12.0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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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의 컬처톡톡]너보다만 빠르면 돼


생물학을 소재로 그리는 걸로 유명한 만화가 게리 라슨이 그린 만화에 이런 게 있다. 철학자와 그의 친구가 산길을 가다가 곰을 만났다. 곰이 쫓아오자 둘은 도망쳤다. 도망을 치다가 철학자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신발 끈을 고쳐 맸다. 그러자 친구가 “그래봤자 소용없어. 곰은 평지에서 사람보다 빨라.” 철학자가 대답했다. “곰이 아니라 너보다만 빠르면 되거든.”

우리는 승리를 쫓는다. 그동안 우리는 승리는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다. 바로 게리 라슨 만화처럼 너보다만 빠르면 되는 승리였다. 즉, 경쟁과의 승리. 우리 교육이 그랬고 우리 사회 또는 기업이 그랬다. 쟤만 이기면 된다고. 과연 그럴까?



나는 그 승리를 4가지 층위로 나눠보려 한다. 이건 피라미드처럼 생겼다. 아래가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진다. 그 의미는 아래쪽을 시도하는 층이 훨씬 많고 그 위로 갈수록 적어진다는 얘기다. 4층위가 뭐냐 하면 맨 아래는 경쟁과의 승리, 그 위는 나와의 싸움에서의 승리다.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애플로 귀환하면서 했던 연설 중에 나이키를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나이키는 존경스럽다고. 그 나이키가 했던 캠페인이 잘 알려진 'Just Do It' 이 최근에는 'Find Your Greatness'로 바뀌었다. 이건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라고 평범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캠페인이다.



그러자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이 환호했다. <컬트가 되라>를 쓴 더글라스 홀트는 ‘문화혁신이론’을 제시하면서 나이키의 성공은 와플 구조를 닮은 신발밑창 개발 같은 기술이나 창업자 필 나이츠의 스토리텔링 또는 농구의 전설인 마이클 조단을 기용한 스타 마케팅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Just Do It' 캠페인을 통해서 기존 신발업계의 통념을 깨고 솔로 투혼이란 이념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1970년대 미국의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실업자, 흑인, 백인 청년, 소외된 자들이 이 이념에 공감했던 거라고. 승리에 대한 정의를 한 층위 끌어올린 힘이다.

그럼 경쟁과의 승리, 나와의 싸움에서의 승리 그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너와 나를 넘으면 우리의 승리가 있을 것이다. 그걸 하는 기업이 누구일까? 화장품 기업 더바디샵을 꼽을 수 있다. 제 3세계 트레이드 경영, 동물실험 반대 등을 추구하는 화장품 기업이다. 광고도 하지 않지만 수십 년 동안 존경 받는 기업이다. 창업자 아니타 로딕은 기존의 화장품 업계에 일대 충격을 가했다. 구글은 지구 단위의 정보 민주주의를 꿈꾼다. 그들 역시 정보 차원에서 우리의 승리를 추구함으로 지구 단위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럼, 제일 톱 층위는 무얼까? 나는 미래의 승리라고 본다. 인류가 현재를 넘어 미래에 승리하자고 말하는 기업이다. IBM은 스마터 플래닛 프로젝트를 추구한다. 지구를 보다 스마트하게 만들겠다는 미래 프로젝트다. 최근엔 '5 in 5'프로젝트를 발표했다. 5년 내에 이루어질 5가지 기술프로젝트란 뜻이다.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테슬라도 미래의 승리를 위해 사업을 한다. 창업자 엘론 머스크의 비전은 환경위기에 처한 지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성에 인류를 옮기는 것이다. 엉뚱하다. 그러나 그는 차근차근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그래서 엘론 머스크는 민간 우주사업인 스페이스 X와 태양광 셀을 20년간 무료 임대하는 솔라 시티도 창업을 했다. 이것이 테슬라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이 “우리는 미래를 위해 일한다”고 자부하는 이유다.

엘론 머스크는 스티브잡스를 잇는, 그러면서도 차별화되는 양대 천재로 꼽히고 있다. 스티브잡스가 단순함과 UX(User Experience)를 추구했다면 엘론 머스크는 ‘물리학의 법칙이 작동만 한다면 불가능은 없다’를 신조로 한다. 우리의 승리, 미래의 승리를 추구하는 사람들(기업들)은 리더가 된다. 존경과 공감도 얻는다.

입시철이고 취업 철이다. 삼성전자가 어렵다는 뉴스도 흘러나오고 또한 대규모 구조조정 예고로 사회가 불안한 지금이다. 언제까지 ‘너보다 빠르면 돼’를 추구할 것인가? 작게는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길게는 우리의 승리와 미래의 승리를 위해 사회가 다시 고민할 때다. 수험생이든, 취업생이든, 기업 경영자든 또는 사회로 나와 다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중년이든 이 화두를 놓치면 우리는 계속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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