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챗온' 대신 '카카오톡' 품었다면…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4.11.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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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의 테크N스톡] 챗온 3년만에 종료설

2011년 11월 독일 베를린 IFA행사에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챗온. / 사진=삼성전자2011년 11월 독일 베를린 IFA행사에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챗온.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최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특화기능인 '소셜허브(Social Hub)'에 인스턴트 메시징(IM)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삼성판 '카카오톡'이 등장하는 셈이다. 20일 삼성전자의 고위관계자는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된 소셜허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인스턴트 메시징 기능을 포함하기로 했다"면서.....(중략, 2011년 4월 21일자 머니투데이 1면, [단독]삼성판 카카오톡 나온다)

기자가 2011년 작성한 취재기사입니다. 당시 한 IT세미나에서 삼성전자 임원의 발표중 우연히 관련 내용을 듣고 보충취재하다 파악한 사실로 IT업계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5개월 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1' 전시회에서 '챗온'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표됐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의 챗온사업 종료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 매체의 보도에따르면,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챗온이 서비스시작 2년 여만에 가입자가 1억명을 넘었지만 실제 사용률은 이에 현저하게 못미쳐 검토 끝에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대해 삼성전자 측은 아직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 종료설에 제기되는 것을 보면 삼성 내부적으로는 중단을 포함한 다양한 시니리오를 고민중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챗온 /사진=삼성전자챗온 /사진=삼성전자
전세계 모바일 메신저분야는 치열한 격전장입니다. 중국 위챗이 6억명으로 1위에 올라섰고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과 네이버 라인, 바이브, 스카이프 등이 5억명 안팎으로 자웅을 겨루고있습니다. 국내 최대 메신저인 카카오톡만 해도 11월기준 가입자가 1억 6000만명에 달합니다.



물론 챗온의 표면적인 가입자 수는 2억명으로 뒤지지않습니다. 하지만 실사용자는 5%에도 못미칠 정도로 미미하다는 지적입니다.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업체 오나보(ONAVO)의 메신저앱 사용 점유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챗온은 순위에조차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시리즈 스마트폰 구매자가 호기심에 한두번 이용해보는 정도로, '삼성전자 사내 메신저'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상황이었습니다. 삼성으로선 자존심이 상할일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운용비만 수백억원대가 들어갈 메신저 서비스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삼성전자가 처음 이 사업을 추진했을 당시만해도 연산 수억대에 달하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하면 카카오톡, 라인같은 글로벌 메신저를 금세 따라잡을 것이라는 판단 했습니다.
조성훈 자본시자팀장조성훈 자본시자팀장
그러나 외부의 생각은 좀 엇갈렸습니다. 당시 삼성전자가 SW나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했지만 굳이 벤처기업이 활동하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까지 뛰어들어야 하느냐, 경쟁력이 분산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었습니다. 카카오 고위관계자 역시 "삼성이 스마트폰 분야에서 강세가 있는 것은 맞지만 메신저는 전혀 다른 분야로 기존 하드웨어 중심인 제조업 마인드로 접근하면 결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는데 결국 그 예측이 맞았습니다.

특정 모바일 서비스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신속해야하고 때론 과감히 올인할 수 있는 벤처특유의 모험정신도 필요합니다. 사용자들의 세세한 반응도 채크해야 합니다. 단순히 자금력과 연구개발 자원에 의존하는 대기업의 모델로는 성공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증명된 겁니다. 이는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운영중인 조인에도 그대로 적용될 겁니다.


결과론에 따른 것이지만, IT업계에선 당시 삼성전자가 챗온을 내놓는 대신 카카오톡에 지분투자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당시 카카오톡은 가입자 증가세에도 불구 이렇다할 수익모델이 없어 투자유치가 급했습니다. IT인프라 증설수요에다 경쟁메신저와 해외시장에서 시장선점을 위한 마케팅 경쟁이 달아올랐기 때문입니다. 이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나 김정주 넥슨 사장 등 김범수 의장의 지인들이 투자에 나섰고 이듬해 중국 텐센트는 920억을 투자해 2대주주(당시 13.3%)로 올라서기도했습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텐센트 지분가치(9.9%)는 9배 이상 뛰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챗온 개발과 안착을 위해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챗온의 유산도 없지않습니다. 삼성은 챗온 개발을 통해 모바일서비스의 경험을 축적했고 이는 다른 서비스 개발에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IT시장의 격전속에 위기론이 고조되는 삼성으로선 그런 위안에 만족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삼성전자가 만약 카카오 같은 벤처와 경쟁하기보다 함께 성장하는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면, 삼성이 지분투자한 카카오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해 전세계에 뿌렸다면, 삼성전자와 카카오 모두에게 현재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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