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없는 후원금이 어디 있나"…정치자금법 대안은?

머니투데이 이미영 지영호 기자 2014.12.05 05:57
글자크기

[the300-정치자금법 현주소④]정치권·학계 "돈줄 막기보다 투명성 강화해야" 이구동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의 인천 중구 사동 사무실./사진=뉴스1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의 인천 중구 사동 사무실./사진=뉴스1


특정 정치인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몰아주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금'을 통한 입법로비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수사선상에 오른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표적수사'라는 불만을 터뜨린다. 공정성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 후원금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의 정치자금 위반행위 단속은 크게 3가지 법적 근거 아래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한 31조와 공무원이 담당하거나 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을 금지하는 32조 3호가 있다. 단체는 이익이되는 특정 국회의원의 후원을 홍보할 수 있지만 불이익이나 강압이 들어가는 비자발적 모금을 진행하면 33조에 따라 기부알선에 해당된다.



문제는 불법행위인지 판단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구성원이 후원했을 경우 기금이나 회비로 지원했다면 31조에 위배된다고 보는 반면 각자가 지원했다면 이 조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장부상 드러나지 않은 돈을 기금 등으로 볼 지 여부는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이날 재판부는 정 의원에게 "파기환송심 심리과정에서 추가되거나 변동된 증거관계가 없기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취지를 받아들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뉴스1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이날 재판부는 정 의원에게 "파기환송심 심리과정에서 추가되거나 변동된 증거관계가 없기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취지를 받아들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뉴스1

때문에 국회 내에선 법인이나 단체의 직접적인 자금이 아니라면 합법적 후원금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야당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법인이나 단체의 돈이 아닌 개인의 돈으로 후원한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문제삼을 여지가 충분하다"며 "단체 구성원의 개인후원금조차 받지 못하게 막는다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만큼 이 부분은 전향적으로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금 성격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은 18대 말에도 제기됐다.
2012년 행안위원장 명의로 대표발의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돤 자금'으로 규정한 내용을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으로 개정해 돈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이 법은 특정 이익집단의 정치후원금 지급에 면죄부를 준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본회의를 넘지 못했다.

정치후원금 지원 방식이 합당하다면 목적이야 어떻든 책임을 따지지 말자는 전향적인 의견도 나온다. 후원방식의 적법성을 갖춘 쪼개기 후원금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말자는 것이다.


시민단체 출신의 한 야당 의원은 "본질적으로 정치 후원금은 대가성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문제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당초 정치자금법을 만들 때 취지도 선관위에 계좌를 만들어 돈에 대해서는 배경을 묻지 않고 다른 자금은 모두 불법자금으로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장과 진성준 의원이 11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 입법로비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의료법 개정에 참여한 새정치민주연합 전, 현직 의원 13명을 치과의사협회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며 지난 7월 검찰에 고발했다./사진=뉴스1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장과 진성준 의원이 11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 입법로비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은 의료법 개정에 참여한 새정치민주연합 전, 현직 의원 13명을 치과의사협회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며 지난 7월 검찰에 고발했다./사진=뉴스1
논란을 막기위해 정치후원금을 일부를 국고에서 보조하자는 의견도 있다. 여당의 중도파 재선의원은 공공기관이 후원금을 모금하고 모자란 부분은 국고로 충당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당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처럼 모든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똑같이 지급하자는 안이다.



2012년 비슷한 내용의 '정치자금 공영제'가 논의된 바 있다. 후원회를 폐지하고 중앙선관위가 연간 500억원 범위에서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정치활동비를 모금한 뒤 국회의원에게 균등분할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후원금 양성화'는 '국회의원 세비 증가' 여론에 밀려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쪼개기 후원금을 막기 위해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보다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돈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 보다 그 돈을 누가 어느 국회의원에게 얼마만큼 지불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정치자금 공개화다. 수입지출내역을 선거 이전에 공개해 기부금 등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에 공개해 후보자 판단 기준을 위한 기본정보로 삼자는 의견이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개인이 후원을 하더라도 후원 신청서에 자신이 일하는 직장이나 단체 명기를 의무화하고 유권자는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중앙선관위는 후보자가 선거기간 중 정치자금 수입과 지출을 48시간 내에 내역을 정치자금 회계프로그램에 입력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공개기간 연장이나 인터넷 공개 상시화 같은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치자금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정치자금 인터넷 공개제도가 개선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제고되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