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 재난 사후대책 중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 제도"

머니투데이 대담=지영한 금융부장 기자, 정리=권화순 기자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기자 2014.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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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자동차보험 경영 정상화 현안 과제"

"손해보험, 재난 사후대책 중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 제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 국정 과제의 큰 어젠다가 됐습니다. 손해보험은 재난사고 사후 대책으로 제공될 수 있는 사회 제도 중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석 달을 맞은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사진)이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장 회장은 지난 9월 취임사에서 당면한 과제로 △사회 안전망으로서 손해보험의 역할 △노령화 사회에 적합한 상품 개발△자동차보험 정상화 △막대한 보험금 누수를 유발하는 보험사기 방지 등을 꼽았다.



장 회장은 "우리사회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됐지만 이에 대비한 비용은 충분치 않다"면서 "노후 실손 의료를 포함해 요양시설에 입원하는 동안 지급되는 비용을 담보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게 손보의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손보협회는 '관피아' 논란 속에서 1년 가까이 협회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보험사 사장 출신인 장 회장이 선임되자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석 달, 장 회장의 의욕적인 행보는 "민간 출신 회장의 한계"를 우려했던 시선을 '기대'로 바꿔 놨다는 평가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손해보험협회에서 장 회장을 만나 손보업계의 현안과 내년 전망을 들어봤다.

-손보협회장에 취임하신지 석 달 가까이 되셨습니다. 그동안의 소회가 어떠신지요.
▶시간이 참 빠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 석달 간 정책당국, 언론, 국회, 업계 등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의견을 나눠보니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지난 35년간 보험업계 현장에 있으면서 많은 현안들을 직면하고 해결해 왔으나, 협회장이라는 자리는 업계의 최전방에 서야 하는 중책임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사회 안전망'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세월호 사고나 최근 판교 환기구 붕괴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사회의 재난안전 사각지대는 여전히 상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 재난보험제도 도입 논의는 사회안전망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재난취약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와 재난보험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를 보면 관람·전시시설을 포함해 교량, 터널, 공사장, 여객운송시설 등이 여전히 화재, 붕괴 및 각종 안전사고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보협회와 보험업계는 민간보험의 역할을 강화해 사후보상체계가 빈틈없이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재난보험이 또 하나의 '정책성 보험'이 될 수 있단 지적도 있습니다만
▶재난보험제도의 성공 여부는 안전행정부 등 각 재난보험 법률을 담당하는 개별 정부부처의 의지와 재난보험 가입대상자(예를 들어 재난위험 시설의 소유·관리자인 지자체 및 기업)의 사회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국회의 전향적 동의도 필요하고요. 정부와 국회, 민간 모두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보험업계 당면한 현안 중에 자동차보험 이슈가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원하지만 여론은 부정적이죠.
▶먼저 고민을 말씀드리자면, 올해 12월까지 손보사들이 경영성과를 발표합니다. 좋은 성과를 내는 보험사와 그렇지 못한 보험사의 차이가 클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보험 때문이죠. 자동차보험 손실을 다른 보험 종목 이익으로 커버하는 사업구조를 가진 회사는 이익규모가 안정적이지만, 자동차보험만 하는 온라인 보험사들은 상당히 힘든 상황입니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 묘안이 있을까요.
▶자동차보험료 조정은 워낙 민감한 이슈다보니까 보험업계에서 할 수 있는 자구노력부터 먼저 하자는 입장입니다. 자구노력을 다 하고나서 도저히 안 되면 다른쪽 방법을 찾아야 겠죠. 자동차보험 손실 규모가 올해 1조원가까이 될 거라고 예상되고 있어 걱정이 아주 큽니다. 궁극적으로 각 사별 손해 상황에 부합하는 보험료 반영(정비·의료수가, 임금인상 등 원가 인상율 반영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피해 보입니다.
"손해보험, 재난 사후대책 중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 제도"
-독립 보험대리점(GA)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딜레마'인거 같습니다. GA가 '갑'이 된 이유 중 하나로 보험사들이 스스로 과당경쟁을 벌인 측면도 없지 않고요.
▶GA채널의 판매비중은 회사별로 전체 매출의 20~40% 가량 차지합니다. GA채널은 계약매집 등 불건전영업행위로 소비자 피해 사례 빈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GA채널의 불완전판매비율은 손보 0.39%, 생보 1.24%로 전속 설계사의 2~3배 수준입니다.

대형 GA는 소속 설계사 수와 보험료 규모 등이 중소보험사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충분한 손해배상 능력을 갖추고 있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GA는 판매자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감독당국에서도 GA의 관리 감독강화 방안으로, 설계사 모집이력 시스템 구축, 퇴출대리점의 타인명의 우회진입금지, 공시의무 위반 대리점에 대한 과태료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기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보험업계의 임원으로 있을 때도 느꼈지만 협회장이 돼서 업계 전체 상황을 보니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상반기 보험사기 액수가 2900억원인데, 연간으로 보면 6000억원입니다. 적발률이 15%로 추정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보험사기로 4조원가까운 보험금이 누수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법원 판결은 실형 선고 보다는 벌금형 선고 비율이 50%를 넘습니다.

-보험범죄가 더 늘겠네요.
▶판결 성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은 보험사기를 한번해서 경제적·금전적인 이득을 한번 취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현재 수준으로 관리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검찰, 경찰 등의 기관에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기가 늘어나 지급되지 않아야 할 보험금이 지급되면, 보험료를 정직하게 내는 선량한 계약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죠.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되는 겁니다.

-내년에도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손보사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어떤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까요.
▶실손의료보험의 높은 손해율과 저금리 등으로 성장 동력이 약화됐습니다.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은 내수침체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요. 결론적으로 내년에는 제한적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노후대비를 위한 가계자산이 보험과 연금으로 축적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금리경쟁력 등을 유지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합니다.

-오랜만에 민간출신 협회장이 되신 건데요, 금융산업은 아무래도 규제 산업이다보니 당국과의 관계 조화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업계 상황과 회원사들의 의견을 그대로 진솔하게 전달하면서 거기에 따르는 논리, 수반되는 자료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책당국도 충분히 귀를 열고 계십니다. 쉽지는 않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국도 규제완화를 큰 어젠다로 세웠기 때문에 현행 규제를 개선시키는 쪽으로 많이 노력 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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