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혼부부 집 한 채'의 본질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4.11.21 06:41
글자크기
[기자수첩]'신혼부부 집 한 채'의 본질


"무슨 돈으로 신혼부부에 집 한 채씩 주자는 얘기인가? 돈도 없을 뿐더러 저소득층과 소외층 차별 논란만 심화될 수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신혼부부 집 한 채'에 대한 한 고위 공무원의 반응이다.

이 공무원 말대로 정부는 돈이 별로 없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행복주택 공급도 예상 외로 비용이 많이 드는 판에 '신혼부부 전용 공공임대'는 '사치'에 가깝다는 반응도 있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논란이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 여당이 '신혼부부에게 집을 공짜로 주자는 말이냐'며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야당은 공짜가 아닌 '임대'라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기본 취지였던 출산 장려는 관심에서 멀어진 모습이다.

신혼부부의 주거비용을 줄여주면 출산·육아비용이 그만큼 절감된다는 게 이 집의 원래 목적이다. 물론 주거비용 절감이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나 통계는 없다. 어떤 면에선 난임과 불임에 시달리는 신혼부부 앞에서 주거비용 절감은 둘째 문제다.



사실 '신혼부부 집 한 채'라는 아이디어는 정부가 뾰족한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무상보육·무상급식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간 줄다리기가 공약 파기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다.

정부는 복지예산을 만들기 위해 SOC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했다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내년 도로예산을 올해보다 더 늘렸다. 정책 방향과 수단이 일관성 없이 즉흥적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외층과의 형평성, 주택기금 안정성 등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신혼부부 집 한 채'를 주장하는 야당도 문제지만 출산을 비롯한 복지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한 정부와 여당도 큰 소리 칠 입장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난임·불임 부부에 도움이 되는 지원 방안에서부터 출산장려금 같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 육아 전 과정에서 실질적인 정부 배려가 필요하다. 야당도 행복주택 등 기존 공공임대에도 신혼부부 입주 기준이 있는 만큼 이 부분에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다. 무작정 '신혼부부 집 한 채'를 주장하는 건 소모적 갈등만 불러올 뿐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