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 초콜릿박스]무의식, 그 비밀의 숲 (1)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2014.11.1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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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 초콜릿박스]무의식, 그 비밀의 숲 (1)


하늘로 높이 향한 고가도로를 달리는 꿈을 꾼 날 이후부터 난 고가도로가 무서워졌다. 10년 넘게 운전을 해 왔고 가벼운 접촉사고 외에 큰 사고 한번 난 적이 없는 나다. 운전에 대한 공포는 한 번도 느껴 본적이 없다. 그 꿈을 꾼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하늘로 치솟은,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높이 올라간 도로는 자동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까 말까 한 정도의 폭으로 되어 있었다.

꿈속에서 난 롤러코스터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그곳을 빠른 속도록 빠져 나와야만 했다. 그 날 이후부터 고가도로만 지나면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혀온다. 그 꿈을 꾸기 전, 내게 고가도로는 그저 지극히 평범한 길 중 하나에 불과했었다. 내가 경험한 것은 꿈속의 일이지 현실은 아니다. 나는 실제 고가도로에 관한 어떤 나쁜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내가 그것을 무서워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내 몸과 감정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고가도로를 거부하고 있다. 무의식이 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다.



언제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내용이 생각난다. 오이 공포증이 있는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 여성은 오이만 보면 거부감을 일으키며 두려워했다.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 오이에 대한 어떠한 나쁜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깊이 상담해본 결과 오이에 대한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그녀 언니의 죽음에 관한 것이었는데 바로 그녀가 언니를 잃었을 때 그곳에 우연히 오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을 느꼈을 그때, 그녀는 오이의 냄새를 맡고 오이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무의식은 그때의 감정과 그녀가 보았던 것을 연결시켜 버렸고 그 때부터 그녀는 오이에 죽음을 투영시키게 된 것이다.



같은 사물일지라도 그것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각인되어 있느냐에 따라 대상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있다. 위의 여성처럼 누구에겐 오이가 죽음의 공포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겐 그저 초록색 야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따뜻한 밥에 얹어먹던 오이소박이 반찬의 추억처럼 어머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물은 그 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것에 대한 무의식 속 기억이 강하다면 더더욱 말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의식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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