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미래전망서가 과학에 등돌리게 해"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4.11.2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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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만났습니다]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가 말하는 'SC 역할론'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장/사진=이동훈 기자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장/사진=이동훈 기자


"인공지능시대에도 인간이 진정 창조적인 존재로 남으려면 평소 시간이 없어서 해보지 못한 일들을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어야 한다."(106쪽)

미래예측 교양과학서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의 저자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는 "과학기술에 기반한 향후 새 일자리 실마리 등 사회·경제 전반의 변화를 풀어낸 것인데도 이 책은 과학서로 분류돼있다"고 말했다.



서점은 닮은꼴의 내년 전망도서로 도배되는 시기. 이 소장의 책은 과학도서로 분류돼 서점의 맨 모퉁이 자리를 배정받았다. 책이 안 팔릴까봐 걱정이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시대가 변해도 바뀔 줄 모르는 과학을 도외시한 서점 책 진열의 낡은 관행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여 있었다.

이 소장은 포스코 산하 연구소에서 박판·설비엔지니어링 그룹장, 압연 연구실장 등 30여년간 첨단 산업기술을 연구개발해 왔다.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저명한 연구자로 12년 연속 등재되기도 했다. 그가 보유한 국내외 특허는 40건, 과학기술진흥 공로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그런 그가 "과학대중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연구소 '논문 인생'을 접고 난 후 "사람들 미래에 디딤돌이 될 그런 설명서를 쓰고 싶다"는 포부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SC)이자 초보작가로 과학자 인생 2막을 열었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독자들 시선을 홀릴 수 있는 '뻥튀기'로 매년 사회·경제 전망 책을 써요. 이런 책 내용이 들어맞는 확률은 30%도 채 안 되죠. 심지어 요즘에는 2040년 기술전망 책도 나오더군요. 몽상가들이 이런 식으로 책을 내니 사람들은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고, '나랑은 먼 얘기'라고 생각하고 등 돌리게 하는 부작용을 낳죠."

무인자동차가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직종은 택시운전기사다. 레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술발전으로 현존하는 90%의 일자리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는 기존 미래유망기술을 집대성한 책들과 다르다. '와해성 기술 시대, 나의 일은 살아남을까?', '미래 일자리는 새 역량을 원한다' 등의 책 소제목에서 보듯 이 소장은 미래 전망서가 더 이상 독자들의 상상력만을 자극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고 본다. 가능한 구체적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ICT(정보처리기술)를 100%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수동적으로 주어진 정보만 쓰는 사람들 사이에는 극심한 소득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거예요. SC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거죠. SC는 기술 본질을 꿰뚫어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라는 친절한 가이드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예컨대 인공지능은 인간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두뇌의 보조도구라는 정확한 인식과 더불어 인공지능을 다룰 수 있는 자들이 미래 경쟁사회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고, 남다른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거죠."

이 소장은 SC가 과학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히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범주 안에서 보려고만 하죠. 코끼리하면 10명 중 9명은 긴 코부터 떠올리고 그것으로 끝이죠. 코끼리의 독특한 모양의 귀는 수 킬로미터 밖에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죠. 몸의 주름은 열을 발산하기 좋은 최적의 디자인이에요."

짧은 시간 내에 단 하나의 본질만 보고 판단하고 돌아서는 태도를 바꾸는 조력자가 이 소장이 생각하는 SC의 역할 중 하나다.

"뻥튀기 미래전망서가 과학에 등돌리게 해"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이준정 지음. 시간여행 펴냄. 352쪽/1만8000원


이준정 박사의 '첨단기술로 본 3년 후에'는 최근 주목받는 첨단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다. 인공지능,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재 과학·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또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실과 미래를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대처법도 다뤄 종전 미래과학기술전망도서와 차별화를 구현한 책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은 어디까지 똑똑해질 수 있나. 영양 캡슐 하나로 건강관리가 가능해지고, 건강수명이 100세에 도달하게 될 경우 삶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개별맞춤 생산과 정보 분석 서비스, 초고속 네트워크는 산업과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저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첨단기술들로 인해 우리가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뿐 아니라 세상 전체가 뒤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첨단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라질 직업과 새롭게 요구되는 인재상 등도 담아 흥미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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