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KBO규칙위원장./ 사진=OSEN
그런 만남들속에 가끔은 일기래도 써야되지않나 싶은 만남도 있다. 얼마전 선배가 다리놓아 재회한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도 그런 이중 하나다.
이십 수년 전쯤에 난 신생 쌍방울레이더스의 창단 멤버였다. 오롯이 나만의 첫 출입처였고 당시 창단 사령탑이 김인식 감독였다. 물론 그제서야 만났다는 뜻은 아니다. 해태수석코치시절부터 안면정도는 있던 사이였다. 안면정도라는 표현이 지당한게 당시 김인식 수석코치는 차라리 울근불근 김응룡감독을 상대하는게 편할만큼 말붙이기 어려운 이였다. 어렵사리 말을 붙여도 듣는 말이 별로 없다. “무시하나?”싶어 꼬치꼬치 달려들면 당시 잇몸통증을 핑계로 자리를 피하곤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질문들이었다. 뭘 알고 물어야 제대로 대꾸를 하지. 김인식이란 벽을 보고 말 건넨 나보다, 나란 벽을 상대로 대꾸해줘야했던 김인식 감독쪽이 더 난감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재회자리. “건강 어떠세요?” “어 많이 좋아졌어. 이거 봐 이 손이 곱아있었거든. 인제 쫙 펴지잖아” 뇌경색을 딛고 한화감독직과 WBC 1, 2회 감독직을 수행했던 이다. 새삼스레 회복된 건강을 자랑하는 걸 보니 속이 짠하다. 그럼 당시 현장에선 손도 곱고 걸음도 주체스러운채 그 과중한 책무를 끌어왔구나싶다. 이제는 걸음도 정상, 손도 정상된 모습이 역시 짠하게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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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이나 나누며 감탄한 점 하나. 17년 야구감독의 재주가 놀라운게 무슨 말머리를 꺼내도 야구로 귀결된다. “잘하는 친구 못하는 친구를 한타령으로 훈련시킬 재주는 없어. 똑같이 훈련시켜서야 못한 놈이 잘난 놈을 언제 쫓아가나?” “투수를 만들려면 먼저 많이 던지게 해야지. 자꾸 던지다 보면 어느순간 느낌이 와. 그 느낌을 제것으로 만든 친구한텐 그 다음에 게임하는 법을 가르쳐 줘야돼. 포수 리드대로 던졌더니 결과가 좋았어요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투수가 있다면 걘 바보야. 상대감독이 이 타임엔 히트앤드런을 내겠구나. 저 타자라면 번트를 대겠구나하면서 항상 궁리하는것, 그렇게 게임하는 법을 일러줘야 한다구.” “(박)찬호한테 한수 배웠잖아. 메이저리그에선 연습투구 한구 한구를 다 주문한대. 이번엔 변화구로 볼을 던져라. 이번엔 속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이번엔 풀카운트지만 유인구를 던져라. 그러니까 연습투구 50갤 던지면 50가지 상황을 익히게 된단 말이지”
같은 야구얘기지만 이제나 저제나 사람 얘긴 안한다. "아무개가 그때 그러지 않았어요?" "글쎄 그건 난 모르겠네" 참 여전히 끔찍한 취재원이다. "글쎄 누가 문제가 있다면 단 둘이 얘기하고 밖으로 새면 안 돼. 좋은 얘기면 몰라도 안좋은 얘기면 그 친구가 뭐가 되겠어" 그 옛날에도 야구얘기만하더니 이십수년만에 만나서도 야구얘기만 한다. 이십수년전에도 사람얘긴 안하더니 지금도 안한다.
그래서 소감은? 부럽다. 그의 한결같음이 부럽고 그의 늙지 않는 열정이 부럽다. 그래서 20년 후쯤엔 그를 닮아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