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

머니투데이 우상범 고퀄 대표 2014.1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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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캐리커쳐=김현정 디자이너/캐리커쳐=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7월 22일 대구 지역의 청년들이 대구시 중구에 위치한 한 기업의 회의실에 모여 심각한 토론을 나눴다. 그 토론이 소위 '핫' 한 토론이 됐던 이유는 주제가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는 뭘까?’였기 때문이다.

대구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서 청년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에 관하여 이야기 하다니 참으로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필자도 그날의 토론에 참가하여 열띤 토론을 나누고 다시 그날의 주제에 관하여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역설적으로 그 날의 주제가 나에게는 대구라는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대구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신천이 바라보이는 카페에서 다시 한번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과연 청년이 대구를 떠나는 것일까? 대구가 청년을 떠나게 한 것인가?’ 대구와 청년의 상관관계를 먼저 파악하면 그 본질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30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지만 나름대로는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온 한 청년으로서 드는 생각은 사실 대구와 청년 모두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왜 '유능한 젊은 인재'가 대구를 떠날까' 라는 본질적인 문제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먼저 청년인 나 자신의 주위 친구들 중 대구를 떠난 청년들을 떠올려 보니, 대기업 취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서울로 떠났다. 취업이야 직장을 구하다 보니 그럴 수 있지만, 서울로 떠난 친구들에게 "왜 서울로 떠났냐?"고 물어보니 대답은 다들 비슷했다. 마치 서울이 기회의 땅인것 처럼 생각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같은 예술을 하기 위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자유를 찾아 떠난 것 같았다. 어쩌면 경상도 특유의 보수적인 마인드가 젊은 청년들의 대담성과, 자유로운 사고를 받아들여주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얼마전 회사의 직원이 자신의 주말과 여유시간을 반납하고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더니 지난주 동성로의 카페골목에서 플리마켓(flea market)을 열었다. 필자의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플리마켓을 준비하느냐" 라는 질문에 그 직원은 "서울에서 1년간 인턴생활을 할 때 홍대와 각지에서 버스킹을 하거나, 플리마켓을 하는 문화가 너무 멋지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대구에도 그러한 문화를 알리고 싶어서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플리마켓은 많은 셀러와 손님들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젊은 청년들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문화를 대구가 함께 응원해준다면 청년들이 좋아 할 수 있는 대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을 다니며, 주변의 친구들을 보니 고3 시절 수능 준비보다 더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들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러한 회사를 생각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전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4년 동안 다니며 단 한번도 ‘우리는 직업을 왜 가져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대다수의 교수님과 선배들이 대기업이 돈도 많이 주고 제일 좋다고 하니까, 아니면 공무원 시험을 쳐서 평생 안정적으로 살아햐 한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으니까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비정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대구에도 유망한 기업들이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청년들은 사실 한 취업시즌을 모두 낙방하고 나서야 중견 중소기업들을 찾아본다. 물론 그 사이 유능한 인재들은 대기업에 입사하여 대구를 떠난다. 대구의 기업들은 인재가 없어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청년들은 쉽사리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대구의 기업을 좀 더 청년들에게 알리고, 또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지역의 멋진 기업들에도 유능한 인재들이 몰리고 대구 지역 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하고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현상을 방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대구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오고 스마트 벤처창업학교등 청년 창업을 지원해주는 기관이 생기고 동대구 벤처밸리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갖추어가는 등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기업들이 대구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다. 대구가 창조경제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타 지역에서 대구에 창업을 하기 위해 둥지를 트는 창업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즉 청년이 대구를 떠나는 것과 반대로 타지역의 청년들이 대구로 유입되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그토록 우리가 바라던 모습이다.

유능한 인재들이 창업을 많이 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창업자들이 대구에 많이 모여 기업을 만들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자연스레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지역의 인재들도 대구로 끌여 들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대구는 과거의 보수적인 색을 조금 버리고 자유로운 관점에서 청년들을 응원하고, 창조경제의 시대에 맞춰 창업하기 좋은 도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면 지역의 유능한 청년들의 유출을 막고 오히려 젊은 인재들이 모이는 젊은 대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늦은 저녁에도 반짝이는 아름다운 신천을 바라보며, 더 젊고 멋진 대구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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