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가 싸다더니…시세넘는 고가낙찰 '속출'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4.11.1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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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부동산 경매시장…전문가 "낙찰가율 90% 넘을 땐 입찰에서 빠져야"

경매가 싸다더니…시세넘는 고가낙찰 '속출'


#지난달 14일 서울 남부지법 경매1계. 입찰이 진행된 양천구 신정동 소재 목동신시가지 9단지 아파트 71㎡(이하 전용면적)가 감정가(6억원)보다 2500만원 높은 6억2500만원에 낙찰됐다. 1회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80%인 4억8000만원이었음에도 오히려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물건엔 모두 27명이 입찰했고 2순위 응찰자 역시 감정가보다 높은 6억666만6000원을 써냈다.

최근 부동산 경매시장이 투자자로 북적거린다. 아파트 경매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90%를 넘어섰고 낙찰가율이 100%를 훌쩍 뛰어넘는 고가낙찰도 속출한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몰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부동산경기가 회복된다는 조짐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실수요자 입장에선 경매시장이 과열현상을 보이면서 시세보다 더 비싸게 살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2일 부동산경매 정보사이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낙찰가율은 90.4%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의 월별 경매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2000년 9월(90.7%) 이후 처음이다. 평균 응찰자수는 7.1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반적인 부동산 회복세와 함께 저금리 기조로 인한 투자자들의 경매시장 참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지옥션은 분석했다. 이처럼 경매 인기가 살아나는 것은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도는 덕분이란 것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연구원은 "부동산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경매투자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 물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와 연립주택에도 실수요자들이 손을 뻗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세보다 비싼 경매낙찰가…"낙찰가율 90% 넘을 땐 입찰에서 빠져야"
특히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은 '9·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형성된 게 경매시장 활황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경매물건을 낙찰받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정책효과가 발휘되기까지 예열시간이 좀더 필요한 매매시장보다 경매시장에서 이같은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며 "이 지역 물건들은 경매장에 나오기만 하면 100% 이상의 높은 낙찰가율에 속속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위 사례에서 고가에 낙찰된 목동신시가지 9단지 아파트의 경우 '9·1대책'의 최대 수혜단지로 꼽힌다. 1987년에 준공돼 재건축연한 축소의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고 5층 저층단지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비교해보면 다소 비싸게 낙찰받았음을 알 수 있다. 올 8월 같은 단지 같은 동 8층이 5억9800만원에 거래됐고 인근 다른 동 71㎡는 5억6900만원에 팔렸다. 재건축 호재로 인한 가치 상승분을 고려한 것이란 게 경매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실수요자 입장에선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90%에 육박하면서 매매시장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퇴색됐다는 의견이다.

감정가는 대개 해당 지역 시세를 바탕으로 평가되는 만큼 90%에 가까운 낙찰가율로 매입하면 시장에서 급매물을 구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서다. 오히려 낙찰가외 별도 명도비용이나 관리비 등을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 등 시세보다 비싸게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하는 점과 정확한 시세조사와 미래가치 분석 등을 강조했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매시장이 과열되면서 몇 번 낙찰에 실패한 수요자들이 가격을 높게 써내는 경향을 보인다"며 "입찰장 분위기에 휩쓸려 주변 시세에 육박하거나 높게 사면 일반 거래보다 비싸게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매 취지는 어디까지나 시세보다 싸게 사는 데 있기 때문에 입찰경쟁률이 높거나 낙찰가율이 90% 넘을 때는 아예 입찰에서 빠지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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