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경매시장이 투자자로 북적거린다. 아파트 경매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90%를 넘어섰고 낙찰가율이 100%를 훌쩍 뛰어넘는 고가낙찰도 속출한다.
12일 부동산경매 정보사이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낙찰가율은 90.4%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의 월별 경매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2000년 9월(90.7%) 이후 처음이다. 평균 응찰자수는 7.1명을 기록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연구원은 "부동산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경매투자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 물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와 연립주택에도 실수요자들이 손을 뻗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세보다 비싼 경매낙찰가…"낙찰가율 90% 넘을 땐 입찰에서 빠져야"
특히 재건축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은 '9·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형성된 게 경매시장 활황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경매물건을 낙찰받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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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정책효과가 발휘되기까지 예열시간이 좀더 필요한 매매시장보다 경매시장에서 이같은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며 "이 지역 물건들은 경매장에 나오기만 하면 100% 이상의 높은 낙찰가율에 속속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실제 위 사례에서 고가에 낙찰된 목동신시가지 9단지 아파트의 경우 '9·1대책'의 최대 수혜단지로 꼽힌다. 1987년에 준공돼 재건축연한 축소의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고 5층 저층단지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비교해보면 다소 비싸게 낙찰받았음을 알 수 있다. 올 8월 같은 단지 같은 동 8층이 5억9800만원에 거래됐고 인근 다른 동 71㎡는 5억6900만원에 팔렸다. 재건축 호재로 인한 가치 상승분을 고려한 것이란 게 경매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실수요자 입장에선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90%에 육박하면서 매매시장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퇴색됐다는 의견이다.
감정가는 대개 해당 지역 시세를 바탕으로 평가되는 만큼 90%에 가까운 낙찰가율로 매입하면 시장에서 급매물을 구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서다. 오히려 낙찰가외 별도 명도비용이나 관리비 등을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 등 시세보다 비싸게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하는 점과 정확한 시세조사와 미래가치 분석 등을 강조했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매시장이 과열되면서 몇 번 낙찰에 실패한 수요자들이 가격을 높게 써내는 경향을 보인다"며 "입찰장 분위기에 휩쓸려 주변 시세에 육박하거나 높게 사면 일반 거래보다 비싸게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매 취지는 어디까지나 시세보다 싸게 사는 데 있기 때문에 입찰경쟁률이 높거나 낙찰가율이 90% 넘을 때는 아예 입찰에서 빠지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