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실기업 꼼짝마..XBRL로 재무회계 공시 혁명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4.11.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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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보고전용언어(XBRL) 전면 도입은 2000년 전자공시시스템(DART) 도입에 맞먹는 재무회계 공시 및 활용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XBRL 전면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도 회계 및 공시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XBRL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XBRL 도입을 더 이상 늦추면 회계투명성 개선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판단이다.
[단독]부실기업 꼼짝마..XBRL로 재무회계 공시 혁명


◇ 분식회계 잡는 XBRL=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은 재무제표 전체와 개별 계정과목 및 수치에 표준코드를 부여해 활용하는 웹언어다. 코드가 재무제표 내역을 자동으로 DB(데이터베이스)화해 개별 항목에 대한 검색이나 분석, 연관성 비교가 가능해진다.



기업들이 XBRL을 준수해 재무회계 정보를 보고할 경우 별도로 가공작업을 하지 않아도 부채총액이나 PER(주가수익배율) PBR(순자산비율) 등을 자동 산출할 수 있다.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의 변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분식회계 징후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XBRL이 일반화되면 외부감사인은 물론 회계감리를 담당하는 금융당국과 기업분석전문가, M&A(인수·합병) 업무수행자, 주식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상태를 지금보다 훨씬 더 간편하고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감독기관이 감독이나 감리 대상 기업을 선정하기도 편리해진다. 가령 전년 대비 부채비율 증가율 상위인 기업이나 부채비율이 업종 대비 2배 이상인 기업 등을 간단히 추려낼 수 있다. 애널리스트나 개인투자자들도 기업가치 분석이 쉬워진다. 기업들 역시 자사 재무 상황을 유사업종이나 유사규모 기업들과 비교 분석할 수 있어 경쟁력 제고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XBRL 도입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 반쪽짜리 XBRL 개선 시급=한국도 2011년에 XBRL로 공시 서류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주석사항을 제외하고 본문에만 적용한데다 계정과목에대한 혼선이 많아 정보로 활용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사실상 문서파일인 PDF보다 조금 더 발전된 수준이라는 것이다. 2011년에 IFRS(국제회계기준) 전면 도입에 관심이 쏠리면서 감독당국도 XBRL 준수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와이즈에프엔과 에프엔가이드 등 금융정보회사들은 공시된 상장사 재무정보를 분석하기 위해 수십명의 인력을 투입해 별도 DB에 수치를 재입력하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 모뉴엘 등 일부 기업들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금융당국 내에서는 선진국처럼 XBRL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XBRL이 제대로 안착됐더라면 모뉴엘처럼 비정상적인 매출구조를 가진 회사들은 일찌감치 부실징후가 포착돼 수조원대 금융권 여신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일단 3차례 계도작업을 통해 개별 상장사의 재무제표와 보고서에 대한 XBRL 준수를 유도하고 현재 XBRL 보고 대상에 빠져있는 주석사항에 대해서도 선진국처럼 포함시킬 방침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공시보고서를 서면 제출하는 방식에서 2000년 DART를 통해 공시의 전산화가 이뤄졌다면 XBRL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해 공시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공돚분석하고 활용 배포하는 실질적 전산화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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