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날 무시해?" 女과장이 퇴사까지 한 사연

머니투데이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14.11.10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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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교수의 직장남녀탐구]<25>조직에서 '인정받는 것'에 대한 남녀의 차이

편집자주 여자와 남자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갈등 해결방식도 다르다.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감정을 처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이는 남녀의 차이는 능력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남녀간에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이라 한다. 과연 직장 내에는 어떠한 사각지대가 존재할까?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까? 이러한 사각지대를 모두 해결한다면 과연 우리의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성별이해지능을 갖춘 남녀가 모든 리더 자리에 그리고 사회 모든 계층에 포진되어 있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이렇게 무시 당하면서 더 이상 회사를 다니는 건 무의미 한 것 같애.."
"그래도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지, 사직서를 덜컥 내면 어떻게 해?"
"자기도 많이 봤잖아, 팀장이 항상 나 무시하고, 말만하면 화내고 끝까지 듣지도 않고.. 이제는 정말 회의 시간에 무슨 말을 꺼내기가 무서워.. 도저히 못 다니겠어."
"그렇다고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다른데 알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하려고.."
항상 열심히 일하면서 성과도 내지만 남자팀장하고 사이가 좋지 않은 여자과장이 사직서를 내고 아쉬워하는 팀원과 이야기 하고 있다.

"팀장이 날 무시해?" 女과장이 퇴사까지 한 사연


오늘날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들은 남자들만큼 회사생활에 대해 만족을 못 느끼고 있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조직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전문가인 하버드대의 바바라 애니스에 따르면, 남성의 58%가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성공할 기회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단지 여성의 24%만 이 견해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성의 83%는 남녀 모두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리라고 믿지만, 여성은 62퍼센트만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고, 남자들이 자신의 직업에 만족할 거라 믿는 여성들은 93%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회사를, 마치 경기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경쟁적으로 움직이고,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며, 점수도 반드시 자기가 기록하기를 기대하고, 그러한 생각대로 행동한다.



반면, 여자들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남자들이 경쟁적으로 활동하고, 어떠한 공로든 자신의 것으로 돌리려는 데 비해, 여자들은 다른 사람의 공로를 인정하며, 경기장 안에서의 소통과 인정, 즉 상호작용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이러한 경향 때문에, 때로는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인정하려는 경우도 있다.

남자들의 결과지향적이며 경쟁적인 성향들 때문에,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별 생각 없이 여자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가치를 깎아 내리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남자들이 평상시에 하는 말이나 행동 중에는 무의식적으로 여자를 비하하거나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의 인정받으려는 욕구, 소속감을 형성하려는 기본적인 욕구 조차도 오해하기도 한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더 심하게는 남에게 인정받을 때만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느끼며 같이 생활하기 불편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스스로의 인정과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성과, 승진기회 등을 중시하는 남성과는 달리, 과정에 대한 상호작용적 인정을 중요시하는 여성들은,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과가 아무리 좋게 나오더라도, 회사에서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직장생활의 무의미함을 호소하며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의 다양한 기업에서 관리자로 근무하다 퇴사한 2400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들이 회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가 ‘회사가 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인정받지 못하고 과소평가된다는 느낌으로 회사를 그만둔다는 남자들에 비해 두 배나 높은 비율이었다.

여자들은 해결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이것은 서로 공유하고,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풀어보려는 그들 나름대로의 직장생활의 지혜인 것이다. 여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업무량에 대해 불평하거나 해결책을 찾으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는 남자들은, 마치 여자들이 맡은 일을 감당할 수 없어서 어쩔 줄 모르거나, 혹은 불평하는 것이라고 잘못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또는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라는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남자들은 자기가 여자들의 불안감을 달래주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여자들은 그것을 자신이 하는 일이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래서 그녀 역시 조직에서 그리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완전히 다른 메시지로 받아드리게 된다.

여자의 입장에서 그것은 자신이 직면한 도전들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다. 다른 여자들 같으면 충분히 이해하고 격려해주었을 것이다. 아울러, 남자도 다른 남자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면, 상대방은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드릴 것이다. 하지만 여자에게는 그녀의 생각과 계획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는 것으로 전달될 수 있다.

남녀가 서로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이성의 말과 행동을 오해하여 잘못 해석하기 쉽다. 그래서 당사자의 의도와는 달리, 상대방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게 되며, 서로를 오해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별이해 지능을 높여야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인정해주고, 소통할 수 있다. 또한, 불필요한 오해로 유능한 인재를 잃게 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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