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참패했지만 월가는 웃었다

머니투데이 채원배 뉴욕특파원 2014.11.0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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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배의 뉴욕리포트]

오바마는 참패했지만 월가는 웃었다


'빨간색으로 뒤덮인 미국 지도'. 4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얘기다. 이번 선거 결과 공화당을 의미하는 빨간색이 미국 지도의 대부분을 장식했다.

'오바마 심판', '8년 만의 여소야대', '레임덕(권력누수) 가속화'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부각됐지만 결국 경제 이슈가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외교나 보건 분야 등에서 잃어버린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5%대 실업률과 3%대의 경제성장률 등 경제성과를 부각시켰으나 유권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공화당에게 압승을 안겨줬다.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과 달리 유권자들의 체감경기는 싸늘했던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 8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게 됐고,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뉴욕 증시는 5일 사상 최고 랠리를 재개했다. 다우는 전날보다 100포인트(0.58%) 상승하며 올해 들어 20번째 신기록을 세웠고, S&P500지수는 0.57% 오르며 올해 들어 36번째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비록 나스닥지수가 이날 소폭 하락했지만 뉴욕증시가 공화당의 압승에 환호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에너지주도 공화당의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승인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때마침 1950년 이후 중간선거가 치러진 해마다 선거 후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도 투심을 부양했다.

그런데 이날 증시의 사상 최고 랠리 배경을 들여다보면 공화당에 대한 기대보다는 중간선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데 무게가 더 실린다.


이와 관련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가 이날 선거와 관련된 증시 역사를 보도한 내용은 흥미롭다. 마켓워치는 "많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성장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책과 같은 이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들이 정작 증시 랠리를 이끌 수 있는 선거 관련 두 가지 테마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가지 테마는 '중간 선거 후 증시가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다는 것'과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증시 상승률이 높다는 점'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1950년부터 중간선거 이후 6개월간 S&P500지수는 평균 16% 상승했다. 또 1950년 이후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증시 상승률은 평균 18% 이상에 달했다. 역대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경기 부양에 주력하면서 증시가 강세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누빈 에셋매니지먼트의 수석 전략가인 밥 돌은 "1950년 이후 중간선거가 치러진 해마다 모두 선거 후 6개월간 증시가 상승했다"며 "그 이유는 시장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데, 선거 후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어느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휴 존스 어드바이저스의 회장인 휴 존슨은 "투자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경제와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문해 봤을 것이다"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은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과 시장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조한 투표율이 말해 주듯 이번 선거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기자가 살고 있는 뉴저지 크레스킬에서는 길거리 유세와 피켓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 TV의 선거 관련 광고와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접하지 않았다면 '선거가 치러지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미국 민주주의 꽃이 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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