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기 조선, 북학파(北學派)라 불리던 학자들이 있었다. 근대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19세기 일본의 강제 개항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조선 스스로 선진 문물을 배우는 것이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든 물어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한 박지원의 실학 이념은 학문적·인간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은 동료 학자 박제가의 책 ‘북학의’ 서문에 실렸다.
역자는 내편, 외편, 진상본 3종으로 구성된 ‘북학의’ 원본을 주제에 따라 4장으로 다시 분류해 엮어 ‘쉽게 읽는 북학의’라는 책을 내놓았다. 또 현대인의 시각에서 중요한 글을 선정해 배치하고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였다.
일상생활을 편하게 누려 삶을 풍요롭게 하자는 이용후생(利用厚生) 사상으로는 서민들의 윤택한 삶을 강조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고서 윤리나 도덕을 말하는 것은 허울 좋은 이상에 불과하다”고 본 박제가는 물질적 풍요를 적극적으로 추구했다. ‘북학의’에 상세히 서술된 수레에 대한 묘사, 벽돌 제작법 등을 봐도 그의 집필 목적을 확인할 수 있다.
박제가의 주장은 이후 역사에서 실현된 것도 있고 미완의 과제로 남은 것도 있다. 책의 역자는 결과와 무관하게 ‘북학의’ 안에는 우리 사회가 곰곰이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책을 통해 조선시대 실학자와 대화를 나눌 독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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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북학의=박제가 지음. 안대회 옮김. 돌베개 펴냄. 272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