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7억씩 까먹었다… 현대重엔 무슨 일이 있었나?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4.10.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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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까지 3조 적자, 저가수주 손실충당금 대거 설정…4분기 통상임금, 임단협 이슈

하루 117억씩 까먹었다… 현대重엔 무슨 일이 있었나?


현대중공업 (129,000원 ▲1,700 +1.34%)이 사상 최대 영업적자 기록을 1분기 만에 갈아치우고 3분기에 1조 9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은 저가 공사 수주에 따른 손실충당금을 대부분 3분기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 3분기 영업적자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공사손실충당금은 앞으로 대규모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분기도 낙관적이지는 않다. 통상임금 문제와 임단협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적자는 3분기까지 합계 3조 2271억원이었다. 3분기까지(274일) 매일 117억원씩 손실을 봤다. 이 중 2, 3분기 공사손실충당금은 1조 5571억원이다.

◇최초 건조 선박 원가율 계산 착오는 '수업료'
가장 손실이 컸던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사우스,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로 2분기 2096억원, 3분기 5922억원 등 총 8018억원의 충당금이 반영됐다. 수주 당시 금액보다 공사비용이 더 들어가면서 손실이 늘어난 것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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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조선분야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심해 시추 기능을 지닌 초대형 인공섬 개념의 세미리그 등 고사양 수주에 대한 손실 1460억원 가량을 반영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저가수주 선박에 대한 예상손실을 각각 321억원, 132억원씩 상정했다. 해양부문에서는 고르곤 LNG프로젝트에서 704억원의 손실충당금이 발생했다. 해양부문 충당금은 3분기에 294억원 가량으로 줄었다.

3분기 손실충당금의 대부분은 조선과 플랜트 부문이었다.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등 플랜트부문 추가 충당금이 5922억원 반영됐다. 조선부문은 삼호중공업의 세미리그 등 962억원, 현대미포조선의 고사양 PC선 및 특수선이 4233억원 가량 반영됐다.

반면 현대중공업 조선부문에서는 기존에 쌓아뒀던 손실충당금 중 553억원을 환입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아스팔트 운반선, 주스 운반선 등 처음으로 건조해보는 특수선 분야에서 원가율을 정확히 산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세계최초 수주선박에 대한 일종의 '수업료'를 치렀고 그 부분이 2~3분기에 대부분 반영됐다"고 전했다.

이번 대규모 적자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권오갑 사장이 새로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작업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남은 과제는 임단협과 통상임금
추가 발생 가능성이 적은 공사 관련 손실을 차치해도, 공사외적 위험요소는 여전하다. 우선 45차까지 결렬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 30일 열린 45차 임단협 역시 결렬됐으며 노조는 이후 잔업 거부를 결의했다.

노조는 31일 오후 5시30분 집회를 시작으로 오후 5시 이후 근무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의 지침일뿐 노조원들이 모두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잔업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판결이 예상되는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 설정 역시 악재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500억~2000억원 규모의 통상임금 충당금을 설정하며 실적이 악화된 바 있다.

지난 3월 경총이 주최한 '고용노동부 장관과 주요기업 사장단 및 고위임원 간담회'에 참석한 현대중공업 임원은 통상임금 이슈에 대해 "소송으로 최대한 (손실을) 막아보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통상임금 충당금 설정시 수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도 1건이 아닌 여러 건이라 충당금 규모 예측이 힘들지만, 자회사까지 따지면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의 3~4배가 되는 회사"라며 "임원 구조조정에 이은 사업부 구조조정시 명예퇴직자들에 대한 지급분 손실 역시 예상 가능하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 30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회장과 권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으며, 이어진 이사회에서 각자 대표이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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