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절반 30대 기업이 벌어..실적 양극화에 건전성도 '뚝'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박종진 기자, 권다희 기자 2014.10.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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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순익 늘리려 충당금 소진해 손실흡수력 저하..은퇴자 주담대 증가로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 있어

기업 실적 악화와 수익성 양극화로 기업 재무건전성이 금융위기 직후보다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권도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기존에 적립한 대손충당금을 소진하면서 손실흡수력이 저하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양극화 심화...영업익 절반 30대 기업이 벌어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금융회사 1만5914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영업이익 상위 30개 기업의 점유 비중은 2013년 51.7%로 2009년 보다 11.1%포인트 상승했다. 1만6000개 기업의 영업이익 중 절반 이상을 상위 30개 기업이 벌었다는 뜻이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30개 기업의 매출액 점유 비중은 34.3%로 2009년 대비 0.6%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매출액 분포가 거의 변화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 분포 편중은 심화된 것이다. 영업이익 하위 기업일수록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고 원가 상승 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이익을 못 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기업 실적 분포의 편중도가 높으면 고르게 분포된 경우 보다 대내외 충격 발생 이후 실적 악화 기업의 수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실제 한은이 실시한 민감도 테스트 결과, 기업 영업환경 변화에 대한 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정도가 2009년에 비해 2013년 더 높아졌다. 수익성 30% 하락과 금리 200bp 상승 시나리오의 경우 2013년 위험기업(이자보상비율과 유동성비율이 동시에 100% 미만인 기업)이 30.2%로 13.7%포인트 상승해 2009년 변동(10.9%포인트 상승)보다 컸다.

한은은 "수익창출능력이 제약되고 있음에도 저금리 등에 힘입어 생존하고 있는 기업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며 "미국의 금리 정상화 등으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기업 재무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 순익 늘리려 충당금 소진...손실흡수력 떨어져

은행권의 경우 경영건전성은 최근 들어 소폭 개선됐지만 손실흡수력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기존에 적립했던 대손충당금을 소진한 점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예상손실(expected loss)에 대한 흡수력을 나타내는 은행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올해 6월말 현재 115.4%로 2013년에 큰 폭으로 하락(2012년 말 158.3% → 2013년 말 114.8%)한 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손실(unexpected loss)에 대한 흡수력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 역시 하락했다. 바젤Ⅲ 기준 총자본비율은 6월 말 15.06%로, 바젤Ⅲ 기준 최저 자본비율(8.0%)은 웃돌지만 2013년 말(15.24%)보다 낮아졌다.

또 한은은 은행이 필요적립액 이상으로 추가 적립한 대손충당금이 2013년말 1조6000억원에서 올해 6월말 1조1000억원으로 축소돼 손실흡수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특히 이는 은행들이 당기순이익 증가를 위해 기존에 적립하고 있던 충당금을 소진해왔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퇴자, 창업 위한 주담대 증가...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 있어

아울러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늘며 가계부채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주담대 대출에서 50대, 60대 이상 차주 비중은 2009년 말 각각 26.9%, 15.1%에서 올해 3월말 현재 31%, 19.7%로 늘어났다. 특히 한은은 주담대를 받는 용도에서 주택구입 목적 비중이 하락하고 있는데 주목했다. 이는 은퇴 연령대에서 자영업 진출을 위해 사업자금 용도로 주담대를 받는 경우가 늘어났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한은은 "은퇴 연령층 은행 주담대 규모가 추가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그간 나타난 은퇴 연령층의 소득 증가율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의 채무 상환능력 저하로 인해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50대 및 60세 이상 주담대 차주 소득 증가율은 50대 미만 차주들과 달리 2010년 이후 대부분 주담대 증가율을 밑돌아 재무건전성이 열악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한은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본격화, 자영업 진출 확대 가능성 등과 맞물려 이번 LTV, DTI 규제 완화가 은행 주담대를 구조적으로 확대시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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