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수술중 사고·성추행' 논란…CCTV가 답?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4.10.3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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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입증 결정적 자료 역할 기대"…의사 인권침해·유출사고 우려 등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 일대에 밀집한 병원과 클리닉(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사진=머니투데이 류승희 기자서울 강남구 압구정 일대에 밀집한 병원과 클리닉(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사진=머니투데이 류승희 기자


# 가수 신해철씨의 사망과 관련, 기타리스트 신대철씨가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숨진 신씨가 2009년 A병원에서 위밴드 수술을 받고 지난 17일 장 협착증 수술과 위밴드 제거 수술을 받은 점을 주목한 것. 신씨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병원 과실이 명백해 보인다. 문닫을 준비해라. 가만있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문제 제기했으나, 병원 측은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 직장인 김모씨(30·여)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위 수면 내시경을 대신, 조영술을 선택했다. 마취 상태로 진행되는 수면 내시경에 대한 불안감 때문. 건강을 위해서라면 위 속을 면밀히 살피는 내시경을 해야 하지만 잦은 성추행 사건 소식에 조영술을 택했다. 김씨는 "마취된 상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아나"며 "각종 사고가 발생해, 여성으로서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신마취가 동반되는 의료 행위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수술실 내 CCTV(폐쇄회로TV)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CTV는 의료사고의 과실을 명백히 하고, 대리 의사가 수술하는 '섀도우 닥터'나 성추행 사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의료 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 접수 건수(소액사건 제외)는 2010년 1102건에서 지난해 1334건으로 3년 만에 21% 늘었다. 그러나 일부 승소를 포함한 원고 승소율은 지난해 28.5% 등에 머물렀고, 완전 승소율은 2010년부터 4%대에 그쳤다.



이같은 현상은 의료사고 혐의를 입증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사고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입증하려면 사실상 해당 의료진의 자백이나 의료진이 제출하는 정보 혹은 다른 의료진의 자문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스스로 혐의를 입증하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사의 경우는 입증 책임이 개인에 있어 더욱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한다. 전문영역에서 의료진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는 "과거 한 의료기관은 진료기록 자체를 폐기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며 "최근 의료 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이 부분적으로 의료기관으로 전환되는 등 '입증 책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나, 기본적인 입증 책임은 원고에 있는 만큼 의료기관을 상대로한 승소율이 저조한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문 변호사는 또 "의료 소송에서 혐의를 확인하는 핵심 절차는 부검"이라며 "100% 의료진 과실로 추정되지 않는 한, 시신 훼손에 유족들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입증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CCTV 자료가 의료사고나 섀도우 닥터, 성추행 사건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변호사는 "성추행 사건은 가해자 측에서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CCTV가 있다면 신체 접촉 여부나 의사가 바뀌는 부분은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진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 뿐 아니라, 반대로 의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데에도 적극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의사로서 윤리적 소양과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비도덕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의사를 통제하는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행위는 생명을 다루는 것인만큼 부적절한 사례가 있고 국민들이 우려한다면 의료진 측에서 더욱 투명한 방법을 제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환자 요청에 의해 공개하는 정도는 고려해야 관련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진들은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의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규석 대한성형외과학회 윤리이사는 "CCTV 설치는 의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고도의 집중력의 요하는 의료 과정에 부담을 줘 결과적으로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의료사고는 돈을 맹신하는 사회 분위기에 의한 것이라며 의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한정시키는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황 이사는 "의사가 자부심으로 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라면 비도덕적인 의료 사고가 왜 발생하겠나"라며 "고 신해철씨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여부에 대해 물어본다면 동의할 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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