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톤 물에서 돈이 쏟아져요"

머니투데이 팍세(라오스)=김지산 기자 2014.10.2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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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에 '한국건설의 魂' 심는다 2014" - <1>동남아시아(하)]②SK건설 라오스 수력발전 현장

발전소로 물을 보내기 위한 터널 공사 현장/사진제공=SK건설발전소로 물을 보내기 위한 터널 공사 현장/사진제공=SK건설


물 무게만 11억톤. 우리나라 청평댐 저수용량의 6배가 넘는다. 11억톤의 물이 뿜어내는 엄청난 수압에 밀려 직경 4.4m짜리 초대형 콘크리트관을 타고 13.6㎞를 내달리던 물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위치한 '부르즈칼리파'의 해발높이와 비슷한 732m 아래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폭발적 수압과 낙차는 터빈을 돌려 41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SK건설이 라오스 남부 볼라벤고원에서 진행하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사업 현장이다. 댐 수문을 열고 물폭탄을 쏟아내 터빈을 돌리는 수력발전으로 예상했지만 경제성을 고려한 복잡한 구조와 기술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난 16일 현장을 찾았을 때 SK건설 직원들은 이제 막 우기가 끝난 지금이 일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최관용 소장은 "우기에는 속수무책으로 일손을 놓아야 하는 날이 많다"며 "비 걱정 없는 지금이야말로 공기 내 준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태국과 접경지역인 볼라벤 고원은 산악지역으로 인근 메콩강 말고는 물을 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물을 어디에 담아둬야 할까. 현장을 안내하던 김성중 SK건설 부장은 "산 사이 골짜기들을 말 그대로 물샐 틈 없이 댐으로 막아 물을 모은 다음 저지대에 발전소를 만들어 물의 낙차를 이용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터널 내 공사 현장/사진제공=SK건설터널 내 공사 현장/사진제공=SK건설
SK건설은 산과 산 사이를 11억톤의 물로 채우기 위해 5개 소형댐에 세피안·세남노이 2개 대형댐을 건설한다. 수면 아래에선 초대형 파이프가 지어진다. 파이프 길이만 13.6㎞. 파이프를 통과한 물은 732m 바닥으로 떨어진다. 바닥까지 모두 파이프로 연결돼 있다. 물이 흩어지지 않으니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이 프로젝트는 SK건설이 시도한 국내 최초 본격 해외개발형 수력발전모델로 기록됐다. 프로젝트 투자비만 10억달러. 이중 6억8000만달러가 건설비로 SK건설에 돌아간다.

SK건설은 서부발전과 라오스정부, 태국개발업체인 라차부리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SK건설이 26%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며 서부발전과 라차부리가 각각 25%, 라오스정부는 24%를 갖고 있다.


사업제안을 받은 태국·라오스정부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전력난에 시달리는 참에 정부재정 없이 민간이 알아서 댐을 짓는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태국 수출입은행과 크룽타이 등 금융기관이 투자를 자청하고 나섰다. 총 사업비 10억달러 중 7억달러가 주주보증 없이 사업자체의 신용만으로 대출받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으로 조달됐다.

최관용 SK건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 소장/사진=김지산 기자최관용 SK건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프로젝트 소장/사진=김지산 기자
연간 생산하는 410㎿ 전력의 90%는 태국에 수출하고 10%는 라오스 내수용으로 활용하는 조건이 달렸다. 2013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64개월간 공사가 끝나면 컨소시엄이 27년간 운영한다. 그 뒤에는 라오스정부에 무상양도하는 BOT(Build Operate Transfer·건설 및 운영 후 양도) 방식을 취했다. 발전소운영 노하우가 풍부한 서부발전이 운영을 맡았다.

최 소장은 "컨소시엄은 27년 동안 매년 1억4000만달러 이상 안정적 전력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컨소시엄 지분율만큼 수익을 나눠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정부를 비롯, 국내 건설업계 전체가 주목한다. 업계가 저가수주 경쟁에 허덕이는 동안 건설에서 안정적 이익률을 누리고 수십 년 동안 발전소운영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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