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노숙소녀 살해' 억울한 옥살이…"국가 배상"

뉴스1 제공 2014.10.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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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검사, 기망적 방법으로 자백 종용…해명 기회 안줘"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지난 2007년 '수원 노숙소녀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년여 가량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억대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박평균)는 김모(22)씨 등 5명과 이들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1억2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가출 후 노숙생활을 해오던 10대 소녀 김모양이 지난 2007년 5월 수원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수사기관에서는 김양을 절도범으로 착각해 폭행하다 숨지게 한 혐의로 정모씨를 재판에 넘겼고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그런데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됐던 한 남성이 구치소에서 함께 수감되어 있던 재소자에게 들었다며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고 제보해 재수사가 시작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2008년 1월 추가 수사를 통해 진범을 붙잡았다며 당시 10대 가출청소년이었던 김씨 등 5명을 범인으로 다시 기소했다.

이들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사의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는 주장이 인정돼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가 났고 대법원에서도 최종 확정됐다.


앞서 범인으로 지목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정씨도 또한 지난 2012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수원 노숙소녀 살해' 사건의 범인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김씨 등 5명은 무죄 선고로 풀려나기까지 길게는 1년가량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담당 검사가 원고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망적인 방법으로 자백을 종용하고 충분한 해명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다"며 "원고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해 국가가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담당 검사가 공범들이 자백했다고 오인할 만한 표현을 써가며 범행을 부인하던 원고들을 속이고 회유했다"고 수사과정의 잘못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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