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차트 1위보다 '천재'냐 '바보'냐 토론문화 더 좋아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10.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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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9집으로 5년만에 돌아온 서태지…"음악으로 매일 좌절하는 스타일"

5년만에 9집 발매 기자회견에 나타난 서태지는 전보다 더 솔직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가족이 생겨 더 여유롭고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br>
5년만에 9집 발매 기자회견에 나타난 서태지는 전보다 더 솔직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가족이 생겨 더 여유롭고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5년만에 돌아온 서태지(본명 정현철·42)는 전작보다 더 대중적인 코드로 접근한 9집 ‘콰이어어트 나이트’(Quiet Night)만큼 ‘친절한 아저씨’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20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9집 기자회견에서 서태지는 “가정이 생기고 가족과 지내면서 좀 더 여유가 많이 생겼다”며 “그런 부분들이 고스란히 음악에 전달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새 음반은 딸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세지 않은 팝 같은 음악이 제가 지금 가장 잘 하고 관심이 있는 음악이 된 것 같아요. ‘대중적’이라는 평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무척 기뻐요.”

9집은 선공개된 ‘소격동’ ‘크리스말로 윈’을 비롯해 9곡이 담겼다. 표지부터 동화의 냄새를 뿌리고, 안에 담은 내용물까지 동화처럼 예쁘고 장난끼있는 선율과 부드러운 리듬이 옹기종기 모였다. 하지만 서태지의 고유의 상징물인,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중의’와 ‘복합’의 메시지는 새 음반에서도 고스란히 섞여있다. 동화지만, ‘잔혹동화’같은 이미지랄까.



“시작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면서 하나씩 써내려갔는데, ‘크리스말로 윈’에서처럼 산타가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해석이 있었으면 하는 은근한 바람도 있었죠.”

산타를 ‘권력자’로 해석하거나, 주변의 ‘힘있는 자’로 묘사하는 열린 해석의 범위를 그는 존중한다고 했다. 서태지는 “음원 차트 1위를 했는가 안했는가는 내게 별로 중요한 관심거리가 아니다”면서 “더 중요한 관심사는 내 노래에 대해 ‘천재’냐 ‘바보’냐 서로 토론하는 민주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그게 좋은 음악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나인티스 아이콘’(90s Icon)이란 노래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 서태지는 더 솔직하고 꾸밈없는 자세로 답변을 이어갔다.


“전 음악을 만들 때 좌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번 음반 만들면서도 ‘과연 90년대처럼 할 수 있을까’를 되내었죠. 실제 작업하면서도 매일 ‘안되는구나’를 반복했어요. 그렇게 여러 과정을 겪고 완성된 음반이 9집인 셈이에요. 저를 ‘나인티스 아이콘’이라고 스스로 칭했지만, 결국 새로운 주류들이 나오면 밀려날 수밖에 없잖아요. 과거에 ‘문화대통령’이란 칭호도 당시에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족쇄같았어요. 이젠 누가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서태지는 ‘독창적 뮤지션’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최초의 수입업자”라며 한국에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참조해 일찍 들여왔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난 알아요’ ‘교실이데아’ ‘컴백홈’ 등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에 히트한 음악에 대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표절 시비’에 대해서도 서태지는 “표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뒤 “해명이 불필요할 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게 복잡하다. 중요한 건 음악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십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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