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기회"...'실버경제' 뜬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4.10.2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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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구 강력한 소비층 부상...다국적 기업, 2020년 1.6경원 '실버경제' 눈독

고령인구가 주도하는 '실버 경제'(silver economy)가 저성장 늪에 빠진 세계 경제의 새 돌파구로 부상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그 가능성에 주목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전보다 더 건강하고 부유해진 고령층이 강력한 새 소비층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와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는 이번 세기 중반께 지금의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5세 이하 인구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사라 하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고령화연구소 소장은 "세계 인구 대다수가 한때 특별히 늙은 나이로 인식된 70살이 될 것"이라며 "많은 수의 젊은 인구가 바닥, 소수의 고령자가 꼭짓점을 이뤘던 고전적인 인구 피라미드의 모양은 이미 바뀌었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많은 신흥국은 출산율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젊은 노동인구와 소비자 부족에 직면했다.

하퍼 소장은 이런 인구학적 변화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21세기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고령화 시나리오가 각국 정부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1960년대 중반에 걸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은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수명 연장으로 당장 연금과 건강보험 등을 둘러싼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지겠지만 동년배의 이전 세대보다 건강하고 부유한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새로운 소비층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베이비부머의 구매력을 '실버 달러'(Silver Dollar)라고 표현했다. 미국과 영국의 전체 소비에서 50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0%, 50%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가 곧 기업들이 주요 타깃으로 삼는 18-39세 인구보다 소비력에서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모니터는 지난 20년간 60세 이상 인구의 소비력이 30세 이하 인구의 소비력보다 50% 빨리 늘었다며 '실버 경제' 규모가 2020년엔 15조달러(약 1경59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새 자동차의 20%를 구매했다. 2004년의 구매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반면 18-34세의 구매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11%로 떨어졌다.

조디 홀츠먼 미국 은퇴자협회(AARP) 부회장은 장수인구의 증가는 중산층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고령인구가 미국 정부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되겠지만 기업엔 '기회'라는 것이다.

산지브 산얄 도이체방크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자동차, 시계, 스포츠용품 등 고가 소비재 시장은 이미 고령자들이 점령했다고 거들었다. 그는 "한 세대 안에 기존 은퇴 개념을 뜯어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나이 든 소비자들이 일으키고 있는 새 물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부동산, 자동차, IT(정보기술), 금융, 제약 등 업종을 막론하고 고령인구를 타깃으로 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운전석이 심장마비를 진단해 차량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30%가량이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포드 리서치센터의 핌 반 데르 작트는 "미래엔 100살 노인이 운전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업체인 토요타도 각종 센서와 스캐너로 교차로 등에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시스템을 선보이려고 일본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홀츠먼 부회장은 50세 이상인 회원들에게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다들 '자동차 열쇠'라고 한다며 자동차업계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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