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개조'로 연 2.5억 임대수익…벌금은 고작 3000만원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4.10.1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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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학가 주변 불법건축물 단속 나섰지만 근절될까?

'불법개조'로 연 2.5억 임대수익…벌금은 고작 3000만원


#서울 양천구청은 올해 초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개조한 후 임대해 월세 수익을 얻고 있는 건물주 A씨를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근린시설로 등록된 5~6층(각층 면적 192㎡)을 용도변경해 사용했을 뿐 아니라 8~9층(각층 면적 109㎡)은 '방 쪼개기'를 통해 가구수를 크게 늘린 사실도 적발됐다.

양천구 관내에서 올들어 근린시설을 주거용으로 무단 용도변경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모두 10건. 주택으로 허가받은 후 1층 25㎡를 상가로 불법 사용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무단용도변경, 불법대수선 등 올 6월까지 총 23건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시정이 이뤄지지 않아 모두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수년째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경우도 많았다.




무단용도 변경과 증·개축, 시설물변경 등 '불법건축물'(위반건축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건축법을 어기고 지은 건축물은 화재 등 재난발생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함은 물론, 피해보상 등 사후처리도 어려워서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건축물에 대한 관리·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처벌도 시정조치나 이행강제금 부과에 그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소재 대학가 주변의 원룸형 주택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가 뒤늦게나마 각 구청에 공문을 내려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전수조사는 물론 불법 사례가 근절될 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안전 사각지대인 불법건축물로부터 대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실태조사와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내 전체 '불법건축물' 적발 건수 고작 '297건'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흠 의원(새누리당, 충남보령·서천)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말까지 서울시내 25개 구청이 적발한 불법건축물은 297건이다. 일부 구청의 경우 과거 적발사례까지 포함시키거나 한 건물을 중복 계산하기도 한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적발 건수는 더 적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구청별로는 강서구와 서초구가 각각 46건, 45건을 적발했다고 보고한 반면 종로구는 2건에 그쳤고 강동·강북·성북구 등도 단속 건수가 3건에 불과했다. 대학과 고시원이 몰려 있는 서대문구(4건)와 관악구(6건)는 평균(11.9개)보다 단속 실적이 적었다.


관련업계나 전문가들은 실제 불법건축물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무단용도변경이나 불법대수선 등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것들은 주변 신고가 아니면 쉽게 찾아내기 힘들어서다. 불법건축물을 적발하고 관리·감독하는 지자체 역시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한다.

서대문구청 한 관계자는 "건축 준공허가가 나면 한 두차례 현장 조사를 나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하지만 이후엔 일일이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민원이 있거나 순찰을 돌다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민원이 들어와 조사를 나가도 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벌금 내면 그만, 수천만원 이행강제금 내도 남는 장사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건축물이 도처에 널려 있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이행강제금 부과가 전부다. 사실상 벌금만 내면 위험은 그대로 방치되는 구조다.

현행 건축법상 지자체는 불법건축물로 적발되면 두 차례에 걸쳐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최대 50%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시가표준액은 신축가격기준액에 구조·용도·위치지수, 잔가율, 개별건물특성에 따른 조정률 등을 고려해 산정하기 때문에 산식이 매우 복잡하다.

다만 위반면적이나 내용을 기준으로 이행강제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제재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적발되더라도 불법개조해 얻는 임대수익이 이행강제금을 내고도 손해를 보지 않아서다.

실제 서대문구 한 대학가 인근 원룸의 경우 교육연구시설을 허가받아 55가구의 원룸으로 임대해 연 2억5000만원 이상의 월세를 벌어들이지만 이행강제금은 3000만~4000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서울시가 적발된 불법건축물들의 조치결과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전체 297건 가운데 원상 복구된 경우는 75건(25%)인데 비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경우는 93건(31%)으로 높게 조사됐다. 시정조치 중인 129건도 대부분 이행강제금 부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건물주들이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방 쪼개기' 등 불법건축을 자행한다"며 "임대소득보다 이행강제금이 많지 않다보니 '걸려도 그만'이란 생각에 안전은 등한시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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