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상에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뉴스1 제공 2014.10.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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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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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News1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News1


1년전쯤 대로변을 운전하다가 이상한 간판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귀청소방!

우리나라는 유난히 '방'이라는 명칭이 붙은 상호가 많다. 빨래방, 노래방, 비디오방… '방'이라는 의미가 주는 '아늑함', '작은 공간에서의 소통'성 때문에 선호하는 명칭일 것이리라.

그런데 요즘 한국사회에 있어서 '방'이라는 명칭이 붙은 업소들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소설에서 묘사된 것과 같은 서정적인 공간이 아닌 것 같다.



우스갯 소리로 '전봇대로 귀를 후빌 생각이 아니라면 함부로 귀를 후비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신체 부위 중 '귀'가 예민한 곳이기에 함부로 도구를 넣어 귀지청소 등을 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여성가족부 인권보호점검팀에서 여러 차례 귀청소방을 단속한 결과를 보면 '카운터 앞에 여러 대의 CCTV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종업원들은 20대 정도의 짧은 옷차림을 한 여성들이고, 개별 룸은 2사람 정도가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좁은 공간에 사람이 누울 수도 있는 형태의 긴 소파'가 놓여있다는 것이 대동소이한 공통점이다.



간혹 지하철 역 주변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코스프레식 귀청소방'이라고 이동형광고물로 손님을 유인하는 경우들도 있다. 30분에 3만5000원, 1시간에 6만원!

우리나라의 경우 귀지 제거 행위도 의료 수가에 포함된 전형적인 의료 행위로서, 집 근처 혹은 직장 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가면 손쉽게 몇 초만에 귀지 제거를 받을 수 있으며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몇 천원이면 충분하다.

그와 같이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하게 귀지 제거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배 이상 비싼 요금을 내고 귀청소방을 찾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며, 귀청소를 하기 위한 영업장 카운터에 CCTV모니터를 즐비하게 세워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도대체 30분에서 1시간 동안 그 조그만 밀실 안에서는 얼마나 심도깊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귀청소를 할 때는 귀지를 제거해 주는 사람도 제거를 받는 이용자도 움직이지 않아야 안전할 터인데 '코스프레식' 귀청소를 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우리의 아이들이 함께 길을 걸어가면서 '코스프레식 귀청소방'이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혹자들은 성매매특별법 10주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매매집결지가 존재하고 신변종 업소가 양산되고 있는 바, 성매매특별법도, 성매매사범에 대한 처벌주의도 그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단정해 버린다.

묻고 싶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살인죄'를 인과응보방식으로 혹은 법정주의 방식으로 처벌하고 있으나 어느 사회에서든 살인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좀 더 나아가자면 기업, 자영업자, 개인 할 것 없이 자신의 수입에 대해 정확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조세납부의무를 부담하지만 각종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절세를 넘어선 탈세를 시도하거나 실세 탈세를 해 국세청은 탈세범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고,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해 조세범 처벌법의 내용은 좀 더 세밀해지게 된다.



조세범 처벌법이 시행된지 10년 이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탈세자가 많고 그 유형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들어 조세범 처벌법을 없애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살인죄를 엄중처벌하고 있으나 살인률이 급감하지 않고 있음을 들어 살인죄를 폐지하자는 사람 또한 보지 못했다.

그런데 왜 성매매사범에 대한 처벌에 있어서 만큼은 성매매업종이 다양화되고 음성화되고 있음을 들어 성매매특별법의 존재에 대해서조차 부정하려 하는지 안타깝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수호하는 것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켜야 하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곧 인류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을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금전으로 거래하고 착취하는 것은 인류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이며, 그와 같은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사회구조적, 경제적 약자의 지위로 인해 착취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구조의무의 포기라고 생각한다.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업을 하는 것 아닌가?,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인해 '성매매피해자의 책임'으로 한정하거나, '자발성'의 잣대를 들어 성매매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3년 단위로 하는 성매매실태조사의 심층면접에 의하면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성매매업에 유입되는 시기는 60% 이상이 10대 청소년 시기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사유는 '가난, 가족해체, 가족내 학대'가 주를 이룬다.



그와 같은 어려움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에게 먹을거리, 입을거리, 잠잘 곳을 해결하는 것은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다. 먹고 잘 곳을 해결해 준다는 성매매업소들의 달콤한 유혹 앞에 선 청소년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와 같은 동기로 성매매업에 유입된 사람들은 계속되는 성적 착취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도, 세상에 대한 희망도 잃은 채 도구화되어 구조적인 착취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내 앞에서 웃고 있는 그녀의 머릿속에 어떤 두려움과 좌절감이 들어 있는지, 그녀가 회상하는 유년기의 아픔은 얼마나 깊은 것이었는지에 대한 우리의 공감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그와 같은 공감에 기반하여 우리 주변에 만연한 신변종 업소근절, 2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술자리 문화에 대한 개선의지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좋은 정책이나 제도는 살아움직여야 한다. 제도나 정책이 살아움직이기 위해서는 입법자, 집행자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책대상자나 국민들의 적극적인 공감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매매특별법의 성과 또한 정부와 국민 모두의 공감과 실천을 통해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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