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화려한 등장에서 씁쓸한 퇴장

뉴스1 제공 2014.10.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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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장사상 첫 유력정당 여성 원내사령탑…5개월여만에 중도하차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후 경기 안산 세월호유가족 대책위 사무실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들의 특별법 합의안 수용을 설득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14.10.1/뉴스1 © News1 허경 기자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후 경기 안산 세월호유가족 대책위 사무실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들의 특별법 합의안 수용을 설득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14.10.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유력 정당의 여성 원내대표에 뽑힌 지 148일만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월8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내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그룹,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측 등 당내 다양한 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MBC기자 출신 앵커로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던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직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시 하락하던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카운터파트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강(强) 대 강(强)' 대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반적인 예상을 깨고 비교적 무난한 호흡을 보여주며 자신에 대한 우려도 씻어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와 함께 지난 5월20일 국회 내 '팥빙수 회동'을 시작으로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 공백상태가 없도록 전반기내 의장단 선출을 마무리했는가 하면 지난 7월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간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참패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박 원내대표가 '독배'로 평가받는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오르면서 그의 정치적 시련이 시작됐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일성으로 '낡은 과거와의 단절', '투쟁 정당 이미지 탈피' 등을 강조하며 협상파로서의 이미지 변신을 본격적으로 꾀했다. 비대위원장 취임 사흘만인 8월7일엔 이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에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과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에 부딪혀 추인은 불발됐고, 재협상 끝에 8월19일 재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또 다시 추인이 불발되고 말았다.

당내 친노(친노무현)·486 그룹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들은 선명한 대여(對與) 투쟁을 요구했고, 결국 이들의 목소리에 밀려 8월26일 장외투쟁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엔 당내 중도파 의원들이 장외투쟁 반대 성명을 내며 박 원내대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잇단 세월호특별법 합의안 추인 불발 사태로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당내에선 '비대위원장-원내대표직 분리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에 대한 비대위원장 영입 시도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당내 강경그룹에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박 원내대표는 당내 최대 계파 친노계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과 이 교수 영입 과정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비대위원장 외부영입 카드 불발은 박 원내대표의 '탈당 시사 파동'으로 이어졌다. 당 상임고문단 등의 만류하고 의원 전수조사 결과를 통해 박 원내대표의 '질서있는 퇴진'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자, 박 원내대표는 탈당 파동 사흘만인 지난 9월17일 당무에 복귀했다.

당무 복귀와 함께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았고, 원내대표직은 세월호 특별법 해결을 위한 마지막 노력 후 사퇴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박 원내대표의 후임 비대위원장엔 문희상 의원이 추대됐다.

박 원내대표는 결국 세월호 참사 167일만인 지난 9월30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최종 타결 짓고, 결국 이날 원내대표직마저 내려놨다.

3차 합의안마저 세월호 유가족들이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씁쓸한 퇴장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비대위원장 등이 사퇴를 만류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전체 의원에게 보낸 이메일 서한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폭풍의 언덕에서 힘들어 할 때 격려해주신 많은 동료의원와 힘내라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원내대표직, 그 짐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타결된 세월호특별법 제정 협상과 관련해 "진상 규명이 가능한 법을 가능한 한 빨리 제정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끌고 온 협상 과정에서 제가 받은 비난들 중 상당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도 많지만 그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며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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