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출신 첫 억대 기부자, ‘하얀 짜장면’ 성공기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4.09.2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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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부자]<3-1>장군유 중식당 '연경' 사장

장군유 중식당 연경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장군유 중식당 연경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저는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입니다. 한창 어려울 때 야채, 고기, 식료품 가게에 밀린 납품 대금만 수억원이 넘고 직원들 월급도 6개월 이상 못 준적도 있어요. 하지만 단 한번도 끝났다고 포기한 적은 없어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대형 중식당 ‘연경’을 운영 중인 장군유 사장(사진, 65세). 4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며 수차례 고비를 맞았다는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웃에 베푸는 삶을 살게 된 원동력이 ‘긍적적 마인드’와 ‘배려심’에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장 사장은 화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한 인물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고액 기부자클럽으로 5년 안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해야 가입된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통큰’ 결단을 내린 사람들의 모임인 셈이다.



◇ 옷 돌려입던 어린 시절…호떡장사에서 직물점까지 ‘산전수전’= “1949년 수원에서 태어났어요. 9남매의 중간으로요. 형이 입던 옷 내가 입고, 내가 입던 옷 다시 동생이 물려받았죠. 고무신에 까만 바지, 옷은 빨 때마다 줄어서 맞지도 않았죠”

전후 50년대, 어려웠던 가정환경에 식구도 많아 조그마한 일로도 얼굴 붉히며 많이 다퉜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 사장. 그는 “할 수 있을 때 항상 남부터 배려하라”고 했던 어머니의 한 마디가 여전히 가슴에 남아있다고.

장 사장은 1975년부터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40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호떡장사, 직물점도 열었지만 시원치 않았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짜장면집을 열게 된 것은 1980년부터다.


“30대 젊은 나이였지만 화교 출신이라서 할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버지때부터 내려온 식당을 선택했죠.” 장 사장은 이왕 시작한 일, 그 분야에서 꼭 성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큰 중식당을 경영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했다.

은행에 수십억원의 채무가 쌓여 휘청거릴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났던 원동력은 이런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장 사장은 강조했다.
장군유 사장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장군유 사장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
◇ 매년 해외서 요리 배워…독특한 ‘하얀 짜장’ 탄생기= 장 사장은 “이쯤되면 그만해도 되겠다”고 안주하면 안된다고 했다. 아직도 매년 2~3차례 본토요리 비법을 배우기 위해 중국 상해, 대만 등 현지방문을 빼먹지 않는다.

“현지 식당의 재료와 분위기도 살피고, 유행하는 요리들도 맛보고 괜찮은 아이템은 한국에 돌아와서 벤치마킹하고 기존 메뉴에서 개선해야 될 점도 꼼꼼히 따져봅니다.” 장 사장은 쉬워 보이면서도 실제로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게 음식 장사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해외 방문이 매번 성공을 보증하진 않았다. 현지화에 성공해 인기를 끈 메뉴도 있는가 하면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아 실패한 사례도 있다.

실제로 5년 전 대만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배워 온 화덕만두는 “한국인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접었다. 중국에서 배운 북경오리 메뉴도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본연의 강한 향을 줄여 한국인 입맛에 맞춘 뒤에서야 인기메뉴가 됐다고. 최근 새롭게 출시한 육즙만두도 1억원 넘게 들여 배워온 메뉴라고.

특히 2년 전 출시해 금세 인천 차이나타운 명물이 된 ‘하얀 짜장’은 장 사장의 끊임없는 메뉴개발 노력의 결정체다.

“기존 검은 짜장은 양파, 호박, 고기 등이 주재료인데 하얀 짜장은 들어가는 재료가 훨씬 많고 다양해요. 특히 고구마가 들어가서 달콤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죠” 하얀 짜장면은 1년 만에 연경의 대표메뉴가 됐다. 일반 검은색 짜장면 판매량을 넘어선지 오래다. 주말에 이 메뉴를 먹기 위해 2시간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된다고 한다.

장 사장은 “노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어요. 어떤 분야든 성공하려면 고생을 많이 해야 되고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대충해서 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 항상 식사 후에 손님들에게 맛과 면 상태는 어땠는지 묻습니다. 손님이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장군유 중식당 연경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장군유 중식당 연경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 빚도 막지 못한 기부 의지…“빌게이츠, 워렌버핏 존경스럽다”= “전 고액 기부자라는 표현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그럴 자격도 없어요. 받은 만큼 내 능력껏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장 사장은 화교 출신 첫 억대 기부자가 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아직 은행 빚도 남아 있고 남들이 생각하는 부자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부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특별히 없다면서도 “너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회에 기부한 빌 게이츠, 워렌 버핏의 예를 들면서 “흉내낼 수 없지만 너무나 존경스럽다. 자식에게 고기를 직접 잡아주지 않고 고기 잡는 법 가르치라는 말도 있는데 그들은 이 말을 직접 실천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십년간 매일 7개 이상 신문을 챙겨보면서 갖가지 선행들을 지켜봤다고 했다. “이런 선행들이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능력이 없어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능력이 되도 안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에게 처음 기부의사를 밝혔을 때 반대가 많았다. “우리 형편에 무슨…”이란 싫은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40년 이상 동고동락한 아내(추경란씨·61세)가 장 사장의 진심을 이해해주고 뜻을 같이하자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추씨도 수입 일부를 남 몰래 기부해오고 있다고.

장 사장은 부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묻자 "제가 부자가 아니라서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자신을 낮추면서 "다만 뭐든지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한다면 큰돈은 못 벌어도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부자들이 많이 벌어서 세금도 내고 기부도 많이 하면 좋은 거 아니겠냐"며 무조건적인 비판은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끝으로 “아직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중식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걸 위해 인천으로 왔는데 이제 그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화교출신 기부천사 장 사장의 '하얀 짜장 성공기'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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