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디까지 사봤니?"…해외 직구족, 백화점을 끊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민동훈 기자 2014.09.2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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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의 경제학]지난해 1조 돌파 이어 올해 2조 전망…"핫딜 알려달라" 커뮤니티 폭주

"넌 어디까지 사봤니?"…해외 직구족, 백화점을 끊다


"정확히 몇 시에 핫딜(특정시간대에 진행하는 파격할인)을 시작해요? 빨리 주문 안하면 제품이 금방 빠지던데…", "엄마 선물용으로 시그니처 더플백 꼭 사고 싶어요, 근데 가입이 안 돼요", "지난 행사 때 가방 샀는데 이번에 남편 지갑 사려구요"… .

지난 24일 해외 직구(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 인터넷 커뮤니티인 '몰테일스토리' 게시판은 온 종일 들썩거렸다. 미국 패션브랜드 '코치'가 온라인 아울렛에서 한시적으로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수 천 명의 직구족들이 동시에 접속한 것이다. 세일 일정부터 구매 요령, 쇼핑 후기까지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글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명품백만 직구족들을 열광시키는 것은 아니다. 주부 임미진 씨(32·가명)는 한 달에 평균 5∼6차례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직구 마니아다. 2년전 국내 백화점에서 9만원에 팔던 '폴로 키즈' 셔츠를 미국 '아마존'에서 단돈 2만원에 구입한 뒤부터 직구에 푹 빠져 있다. 임씨는 "해외 직구를 시작한 이후 수입업자들이 얼마나 많은 폭리를 취하는지 알게 됐다"며 "도저히 제값을 다 주고 백화점 쇼핑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가 국내 유통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IT) 기술 발달로 전 세계 제품 판매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수입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쇼핑 국경이 무너지면서 국내 수입업자가 터무니 없이 비싼 값에 팔아도 눈물을 머금고 구입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넌 어디까지 사봤니?"…해외 직구족, 백화점을 끊다
26일 관세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0년 2800억원(210만건)이던 해외 직구 규모는 지난해 1조800원(1120만건)으로 3년 새 4배나 증가했다. 올들어서는 8월말 현재 9900억원(990만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해외 직구 수요가 몰리는 연말까지 2조원(1800만건)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해외 직구 1조원 시대'를 연 이후 1년 만에 2배 규모로 성장했다.

해외 직구의 국가별 비중은 미국이 74%로 절대적으로 높다. 이어 중국(11%), 독일(5%), 홍콩(4%), 일본(2%) 순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은 의류와 신발(27%)이다. 건강식품(14%), 화장품(8.4%), 핸드백.가방(7.9%), 완구(3.2%) 등도 많이 구입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유통 장벽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만큼 한국 유통업체들도 독점적인 유통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며 "해외 시장과의 가격차를 줄이고 서비스를 강화해 해외 직구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경쟁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해외 직구=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것이다. 주로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직접 거래하거나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구매·배송대행 사이트를 이용한다.

△핫딜
인터넷, 모바일 쇼핑몰에서 특정 시간대에만 싸게 파는 마케팅을 말한다. 정상가 대비 70∼80% 파격 할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핫딜만 찾아 다니는 소비자를 '핫딜 노마드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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