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검침, 관리사무소 아닌 검침원에 맡기면..."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4.09.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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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원격검침 명과 암]'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보완해야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장기적으로 검침원의 대량실직 우려는 '자동화 기술의 발달'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으로 장기적 대안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당장은 에너지 공기업과 검침원간 계약방법을 규정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당 법률 제10조(경쟁입찰에서의 낙찰자 결정) 2항은 국고의 부담이 드는 경쟁입찰에서는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입찰한 용역업체(협력업체)가 입찰권을 가져갈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검침원의 임건비를 깎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전순옥 의원은 "오직 금액으로만 계약방법을 규정하는 것은 법률의 허점"이라며 "특히 안전관련 분야 직종을 '경쟁입찰'로 하도록 한 것은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전 검침업무의 경우, 지난 2006년까지 수의계약(자회사 한전산업개발 담당) 대상이었지만 감사원의 지적 이후 '100% 공개입찰'로 바뀐 상태다.
하지만 검침원처럼 안전과 관련된 특수분야이자 이른바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직종의 경우에는 경쟁입찰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시행령을 보완하면 검침원 고용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행령 제18조(2단계 경쟁등의 입찰) '계약의 특성상 필요할 경우 먼저 규격 또는 기술입찰을 실시한 후 가격입찰을 실시'하거나, 제26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특정인의 기술·품질이나 경험·자격을 필요로 하는 계약' 등이 그 근거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법률 개정보다는 안전과 관련된 업종의 경우, 예외를 두는 쪽으로 시행령을 보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전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실적 평가'가 명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점도 검침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이유다.



한전은 지난 2011년 '업무실적 평가 제도'를 도입, 한 영업소라도 F등급을 2회 연속 받으면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실적평가 항목은 크게 계량과 비계량으로 나뉘는데, 비계량의 경우 한전이 주관적으로 '잘 했다 못 했다'를 판단하게 돼 있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검침시장에는 25개 협력업체가 있고 이 가운데 5-6개 정도만 꾸준히 낙찰을 받고 있다.

20년 넘게 검침원 업무를 했던 문복권 한전산업개발 노조사무국 실장은 "비계량 부분에는 각 지역사무소 책임자들의 주관적 평가가 반영된다"면서 "차라리 대안 경쟁입찰로 해서 저가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을 하면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새로 짓는 신규아파트에 한해 검침업무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아닌, 검침원들에게 할당하면 일거리 창출도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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