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보팅제 폐지 코앞인데 대책 미비" 답답한 상장사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4.09.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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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왜 홍콩이 아닌 미국 증시를 택했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경영권 안정을 위해 차등의결권을 보장해주는 뉴욕증시를 택했다고 보는 의견들이 많다.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기업가 입장에서는 기업 활동하기 좋은 풍토를 찾아가게 돼 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섀도우보팅제도 폐지에 따른 주주총회 활성화 방안 정책 세미나 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 협회 주최려 열렸으며 학계, 업계, 국회, 정부 유관기관 관계자 150여 명이 모였다.



'섀도우보팅제' 폐지 시행을 3달여 앞두고 이에 따른 보완책이 마련이 되지 않아 상장회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바뀐 제도로 인해 주주총회에서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가능성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당국의 대비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섀도우보팅제란 주식 발행회사의 요청시 예탁원이 예탁주식에 대해 찬·반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투표하면서 의결정족수를 채워 주총결의 성립을 도와주는 제도다. 주총이 형식화되고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폐지됐고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복만 풍산 이사는 "우리나라 주식투자자들의 주식 보유기간 은 코스피 5.8개월, 코스닥 2.8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이들이 극히 적다"며 "무턱대고 섀도우보팅제를 폐지한다고 주주들의 없던 관심이 되살아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상백 대아티아이 부사장은 "20년 동안이나 존재해왔던 제도를 폐지하면서 증권 시장에서 해당 분야 실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이는 정책당국자들이 주총의 의사정족수와 관련된 업무를 큰 의미없는 단순한 업무로 오해한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교수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에서 섀도우보팅제도를 활용한 상장사는 총 917개사 가운데 54.2%(497곳)에 달하고 제도 폐지가 적절치 않다고 응답한 곳은 전체 899개사 중 90%(826곳)가 넘었다.


이 부사장은 아울러 "섀도우보팅제도가 폐지되면 소액주주의 비중이 큰, 지배구조가 바람직하다고 평가받는 회사들이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처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유예기간을 좀 더 두거나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상장사들이 주주참여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주주총회의 근본적인 의미를 생각했을 때 섀도우보팅제는 폐지됨이 마땅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동현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옳다"며 "저조한 주주참여를 방관하도록 하는 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섀도우보팅제도의 폐지는 이미 기정 사실화됐으므로 법 시행 이후 충격을 완화할 대비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상장기업 주주들이 자신의 의결권을 스마트폰이나 PC 등 전자적 매체를 통해 회사나 주요 주주들에게 위임하는 전자위임장 권유제도를 추진 중이다.

권종호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 비용을 줄이며 주주참여를 독려하는 전자투표제는 바람직해 보인다" 며 "이와 함께 주주총회 운영상 어려움을 줬던 발행주식총수 요건을 폐지하는 방안, 차등의결권부 종류주식 도입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섀도우보팅제가 폐지될 경우 당장 문제되는 것이 3%룰 적용에 따른 감사 선임 건"이라며 "경영진인 대주주는 곧 견제대상이라는 논리 고착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3%룰 폐지도 고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3%룰(의결권 제한제도)이란 상법에 따라 상장회사의 경우, 감사 또는 사내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시 당해 회사의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의 보유지분을 합해 그 중 3% 이내에서만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 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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