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스타트업 창업자, 전지현 스타일리스트와 계약한 이유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14.09.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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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 케이스타일트립 대표, 수백만 요우커에 '스타일 여행' 서비스

박태웅 케이스타일트립 대표/사진제공=케이스타일트립박태웅 케이스타일트립 대표/사진제공=케이스타일트립


"쉰 살이 넘어 스타트업을 창업하니까 오히려 좋은 점도 있어요. 무엇보다 산전수전 경험이 많아서 시행착오를 적게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난 박태웅 케이스타일트립 대표(51)는 50대 스타트업 창업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0년간의 기자생활을 접고 안철수 연구소 이사, 엠파스와 KTH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던 그는 올해 늦깎이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벤처기업 두루두루 전문경영인을 해왔지만, 자신이 직접 창업을 한다는 것은 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3주간의 미국 실리콘밸리 여행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창업가들을 만나 보면서 '아, 저렇게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저건 나도 할 수 있는데, 더 잘 할 수 있는데' 라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이 자신감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50대가 이끄는 스타트업에게 투자해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결국 모아놓은 재산을 털어 넣었다. 다행히 KTH 등에서 인연을 맺었던 후배 개발자들이 선뜻 합류해주면서 모두 7명으로 사무실을 차렸다.



그래도 막히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창업을 마음먹은 뒤 6개월 동안 아이디어만 수시로 바꿔가면서 카페에서 회의만 했다. 수십 개의 아이템을 버린 끝에 박 대표가 파고든 곳은 바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이 1200만명이예요.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1000만명)을 처음으로 따라잡은 건데 분석해보면 모두 중국인 관광객 덕분이었죠."

◇中관광객 입장에서 고민 끝에 내놓은 것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업 방향을 정한 후 박 대표는 모든 것을 중국 관광객 입장에서 생각했다. '내가 한국을 여행하는 중국인이라면 어떤 점이 불편하고,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래서 내놓은 아이템이 두 가지이다. 우선 믿고 쓸 만한 위치정보 시스템, 그리고 중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별그대' 체험이다.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회사가 만든 앱을 보여줬다. 사용자가 있는 현재 위치에서 가볼 수 있는 맛집이나 문화체험 장소 등을 중국어로 서비스 해주고, 대중교통 정보도 제공하는 앱이었다.

간단해 보였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구글맵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특히 네트워크가 끊겨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기반으로 제작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진짜 승부수는 따로 있다. 바로 중국 여성들이 꿈꾸는 '천송이'식 웨딩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웨딩패키지. 배우 전지현의 몸매를 관리해주는 뷰티숍 체험에서부터 결혼 당시 입었던 드레스숍까지. 여기에 직접 전지현의 머리와 메이크업을 담당해온 스타일리스트 정샘물씨를 섭외해 3만달러(약 3100만원)짜리 풀패키지 웨딩여행 상품도 내놓았다.

전지현 결혼식 체험을 위해 방한한 배우 오영결(25)/사진=이동훈 기자전지현 결혼식 체험을 위해 방한한 배우 오영결(25)/사진=이동훈 기자
박 대표의 회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출발은 좋다. 박 대표의 주선으로 최근 중화권 최고스타 오영결(25)이 직접 전지현식 결혼을 체험하기 위해 방한했고, 그를 따라 대만의 신문 방송매체들이 몰려왔다. 오영결을 통해 중화권에 대대적으로 회사를 홍보한 셈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라며 "아이템을 실행하는 사람들의 조합에 스타트업 성공의 비밀이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어떤 성공한 모델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다들 모델 자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행에 비밀이 있지 모델에 비밀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 팀 구성원들이 정말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팀원들을 모으고 구성한 것이 저의 가장 큰 경쟁력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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