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조원에 팔린 한전 부지, "100원 경매참가 가능했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4.09.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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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입찰액 설정 안해, 입찰참여자 13곳 "개인이 더 많다"… 이 중 11곳 무효입찰

18일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원에 낙찰된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전경. /사진=뉴스118일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원에 낙찰된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전경. /사진=뉴스1


현대차 (251,000원 ▼500 -0.20%)그룹이 10조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해 쟁취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각입찰은 일반 개인이 단돈 100원만 가지고도 투찰이 가능한 경매구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인터넷 경매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이번 삼성동 부지매각은 최저입찰금액이 따로 설정돼 있지 않았고, 투찰금액도 비공개토록 경매구조가 설정됐다.



통상 부동산이나 물건 경매 직전에 매물을 내놓은 기관이나 개인은 예정가격(매각 희망가격)을 제시하고 그 밑의 금액은 투찰을 못하도록 설정하는데, 이번 한전 본사부지 경매는 최저입찰금액을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온비드 관계자는 "매물 예정가격이 공개돼 있으면 그 밑으로는 입찰을 아예 할 수 없지만, 삼성동 한전부지는 매각공고 등록 당시 최저입찰금액이 따로 없었고 투찰금액도 비공개되도록 설정됐다"고 말했다. 일반 개인이 100원만 가지고도 투찰할 수 있는 경매구조였다는 얘기다.



이번 입찰참여자 13곳 중 자금력을 보유한 법인(컨소시엄 포함)보다 개인 참가자가 더 많았던 이유도 이 같은 입찰 방식의 특이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삼성동 본사부지 입찰에 법인보다 개인참가자가 많았다"며 "개별 투찰금액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액만 3조3346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에도 불구 개인 입찰자가 많았다는 것은 사실상 낙찰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참여하고 보자는 '허수'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삼성동 한전부지를 사들일 만한 개인자산가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상장자 및 비상장사의 대주주 또는 경영인 가운데 본인 명의로 1조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초갑부'는 35명 정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자산가치 13조~15조원으로 부동의 1위이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7조5000억원 수준으로 2위다. 이들의 자산은 주요계열사 지분이지 보유현금은 아니다. 국내에서 현금 3조원 이상 즉시 동원할 수 있는 개인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에 한전 삼성동 부지입찰에 투찰한 개인참가자는 대부분 매물확보에 진정성이 없는 참가자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13개 개인·법인 중 보증금을 내지 않거나 서류를 구비하지 않아 투찰이 '무효'가 된 참가자가 현대차와 삼성전자를 제외한 11곳이라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그야말로 형식적이고 진정성이 없는 참가자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2등 금액을 써낸 삼성전자의 투찰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 또한 한전의 사전 경매구조 설정 때문이었다. 2순위 유찰자 투찰금액을 비공개토록 미리 입찰 공고를 등록했다는 설명이다.

온비드 관계자는 “입찰참가자 수, 유효입찰자 수, 무효입찰자 수, 낙찰금액 등 이번 삼성동 한전부지 매각에서 공개된 내용은 모든 경매에서 필수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최소한의 정보”라며 “이외 매매정보를 비공개토록 한 것도 한전이 부지 매매공고를 내면서 사전 등록한 조건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온비드를 통한 입찰참가에 별도의 재산기준이나 자금여력 등은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비드 관계자는 “개별 매물건별로 특정 사업자, 지역 등으로 자격조건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한전부지 입찰은 일반경쟁건으로 설정돼 제한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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