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엔터만상]'도라에몽' 생일이 부러운 이유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4.09.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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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엔터만상]'도라에몽' 생일이 부러운 이유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 CGV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일본에서 제작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도라에몽'의 생일파티가 열린 것. 무엇보다 도라에몽을 아끼는 팬들이 직접 생일파티를 준비했다는데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1969년 만화 원작에서 시작된 도라에몽은 1973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지금까지 무려 1000편이상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졌다. 국내에는 2001년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처음 선보였으며 저조한 시청률 탓에 잠시 방송을 중단하다 2006년부터 어린이TV '챔프'를 통해 방송이 재개됐다.



1980년부터는 영화로도 제작돼, 2008년 '도라에몽:진구의 마계 대모험-7인의 마법사'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총 7편이 개봉됐다. 최근 개봉한 '도라에몽:진구의 아프리카 모험-베코와 5인의 탐험대'는 추석연휴 개봉된 애니메이션 가운데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캐릭터 인기 덕에 MD(머천다이징) 상품도 여전히 잘 팔린다. 대원미디어는 2006년부터 도라에몽 상품화사업을 시작해 현재 160여개 업체가 1200여종의 도라에몽 MD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캐릭터가 40년 넘게 인기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라에몽이 캐릭터로서의 강점도 있지만, 지금 세대가 시청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점도 오랜 세월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도라에몽은 우리나라 캐릭터가 아니다. 국내 팬들로부터 생일상까지 받은 인기 캐릭터가 토종이 아닌 해외 캐릭터라는 점에서 부러움과 동시에 우리나라 또한 애니메이션 강국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들어 자체 애니메이션 제작이 늘어나면서 다수의 인기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뽀로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여러나라에 수출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는 지난해 뽀로로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캐릭터페어에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었다.


[김성호의 엔터만상]'도라에몽' 생일이 부러운 이유
다만, 도라이몽이 팬들이 챙겨준 생일이라면 뽀로로는 부모나 다름없는 아이코닉스가 챙겨준 생일이다. 친구가 챙겨주는 생일과 부모가 챙겨주는 생일은 느낌의 차이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기념일을 축하받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내 자신이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뽀로로를 비롯한 다양한 토종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단명하는 캐릭터도 부지기수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캐릭터라고 해도 도라에몽처럼 수십년간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기도 어렵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산업의 영세함 탓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들을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있지만, 이제는 도라에몽처럼 역사에 남을 만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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