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다운됐는데 격려받았다? 응원받는 김기사의 '성장통'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2014.09.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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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록앤올 대표 "13일 하루 광고도 중단…예상치 못한 이용량 급증까지 대비할 것"

록앤올 박종환(왼쪽)·김원태 공동대표록앤올 박종환(왼쪽)·김원태 공동대표


'국민내비' 김기사가 13일 하루 광고를 중단한다. 지난 추석명절 갑작스런 서비스 중단으로 귀성길에 큰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에게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김기사는 길안내 음성과 같은 부가 콘텐츠도 판매하고 있지만 핵심 수입원은 무료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내보내고 광고비를 받는 것. 록앤올측은 사고 이후 고객 보상방안을 고심하다 광고주를 설득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진 지난 8일 추석 당일. '국민내비'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에 비상등이 켜졌다. 오전 11시가 되자 평소 주말대비 2배 정도라고 생각했던 전송량이 4배 이상 급증하면서 갑자기 서버가 다운된 것. 귀성길에 오르거나 벌초에 갔던 사람, 처가댁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먹통 김기사에 답답해하며 불만이 쏟아졌다.



고향인 밀양에서 추석을 보내던 박종환 대표는 서울에 있는 직원들과 대책을 논의하며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표에게는 지인과 언론사의 문의가 빗발쳤다. 서울에 있는 김원태 공동 대표와 개발진 5명은 모두 회사로 출근, 급하게 서버를 증설하고 트래픽 분산작업에 착수했다. 이중에는 차례를 미처 다 지내지 못하고 온 사원도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에는 먹통이 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아졌고, 그럴수록 박 대표와 김 대표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이날 김기사 장애는 4시간이나 이어졌다.



김기사 장애공지김기사 장애공지
박 대표는 "당초 명절에는 평소 주말보다 1.5~2배 정도 트래픽이 증가해 이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한 게 오산이었다"며 "평소 입소문으로 전파됐던 김기사를 명절에 이용하려는 이용자들이 몰린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록앤올은 김기사를 개발할 때 트래픽 급증을 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올해도 평소 주말 대비 2배 가량 서버를 증설하고 추석 전날에도 무리없이 운영되는 것을 보고 모두 안심했다. '이렇게 준비를 했는데도 서버가 다운돼면 그건 말그대로 우리 서비스가 대박난 것'이라는 말까지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누적 다운로드 800만건에 달하는 김기사는 폭주하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4시간이나 운영이 중단을 겪어야했다.


이번 사고로 김기사는 김기사의 진가를 발휘할 '명절 대목'을 잃었다. 고객들의 원성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내년 일본 서비스를 앞둔 김기사의 운영에 큰 교훈을 줬다.

박 대표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 등 다양한 우회경로를 안내해주는 김기사가 먹통이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이지만 서비스는 이제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들의 보편적인 서비스가 됐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록앤올은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서버운용을 전문 업체에게 맡기고 늘어나는 트래픽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버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자체 서버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비용문제로 선뜻 결정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박 대표는 "사상 최대 이용자수를 갈아치우며 진정한 국민내비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준비부족으로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내년 설에는 우리들의 예상이 뛰어넘는 이용자가 몰리더라도 서비스의 중단이 없도록 빈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기사가 사람들에게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값진 소득'도 있었다.

경쟁사 관계자는 김기사가 명절 이용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됐다는 소식에 재빨리 자사의 내비게이션 앱 안내에 나섰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일부 이용자는 김기사의 서버 폭주를 비난하면서도 "그 정도로 이용자가 증가했나? 확실한 고지에 올랐네"라며 놀라움과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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