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시의 한 장면/사진=UPI코리아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을 10%에서 100%로 늘려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판타지물 '루시'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 두뇌 용량 한계를 훌쩍 넘어선 루시는 이때부터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중력과 전파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등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
영화는 인간의 평균 두뇌 사용량이 10%라고 언급하지만 실제 우리가 정확하게 몇 퍼센트의 두뇌를 사용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번 작품의 과학자문으로 참여한 신경학자 이브스 아지드(Yves Agid) 박사는 "영화에서 루시의 뇌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이야기는 허구적으로 바뀌지만, 뇌에 몇 개의 세포가 있는지, 또 한 개의 세포가 일 초에 몇 개의 신호를 보내는지 등 최대한 의학적 이론에 근거해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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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루시 뱃속에 넣었다 외부의 충격으로 온몸에 퍼지게 되는 약물은 실제 임신 6주차 이상의 여성에게서 나오는 천연 물질을 차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시 영화의 한 장면/사진=UPI코리아
'니키타'(1990), '레옹'(1994), '제5원소'(1997) 등의 전작을 통해 여전사 메이커로 통하는 뤽 배송 감독이 이번엔 어떤 영웅캐릭터를 만들어 낼지도 관전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영화처럼 지난 연구성과들을 살펴보면 뇌 사용량을 늘리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갖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자기장이나 전기, 초음파 등의 외부자극을 통해 뇌 기능을 증진시키는 연구가 주류를 이룬다. 또 반대로 외부자극으로 공포나 불안감, 초조함 등의 감정과 관련된 '기억을 없애는' 연구도 함께 병행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노스웨스턴대 조엘 보스 교수 연구팀은 머리 뒤통수 부분을 자기장으로 자극하는 방법으로 기억력 증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자기장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경두개 자기자극법(TMS)'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기억력과 관계 깊은 뇌 부위로 뇌 가운데 있는 해마를 주목했다. 하지만 점심을 함께 먹은 사람의 이름과 식당의 위치처럼 별개의 사항을 연관지어 기억하는 연상기억은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방식으로 담당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TMS로 머리 각 부위를 자극하면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통해 해마와 기능적으로 가장 잘 연결된 뇌 부위가 어딘지를 찾았다.
그 결과 머리 왼쪽 뒷부분을 자극했을 때 해마와 뇌 피질을 잇는 부분의 신경 연결이 가장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부분을 5일 동안 매일 20분씩 반복해 자극했더니 기억력이 높아지는 현상도 발견했다.
보스 교수는 "해마와 피질의 상호작용이 연상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알츠하이머병이나 해마 손상으로 발생하는 기억장애증을 치료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신희섭 소장은 작은 전극을 뇌의 시상(視床) 부위에 삽입해 약한 전류를 흘림으로써 공포기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불안장애 환자들에 대한 새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주는 연구성과이다.
연구진은 신경세포의 전기신호 중 하나인 ‘단발성 발화’가 공포기억을 지우는 것을 촉진하고, 단발성 발화를 일으키는 데는 'PLCβ4'란 유전자가 중요 역할을 한다고 확인했다. 뇌 시상 신경세포에 칩을 심어 약한 전기신호를 보내거나 PLCβ4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약물을 주입하면 단발성 발화가 증가돼 관련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