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20만원 붕괴…주가·실적 2년 전 수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4.09.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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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6일 이후 최저가..."올해 실적 2012년 수준 못 미친다면 주가 하락 불가피"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삼성전자 주가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20만원이 무너졌다. 3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에 그칠 거란 전망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배당 증액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지자 지지선을 내준 것이다.

2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는 전일대비 3만2000원(2.61%) 하락한 119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12년 9월6일 118만9000원을 기록한 이래 최저치다. 이날 종가인 119만4000원은 52주 신저가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급락이 △3·4분기 실적 우려 △낮은 배당 증액 기대감 △증여·상속 이슈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가를 뒷받침해줄 하반기 실적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투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두선 현대자산운용 이사는 "삼성전자의 올해 이익 수준이 2012년 수준에 불과하다면 주가도 당시 수준까지 내려가는 것이 맞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크게 미달한다면 주가가 어디까지 밀릴지 지금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아직도 7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3분기 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5.7조원, 당기순익은 13조8조원에 그쳤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삼성전자의 당기순익은 20조원에서 간신히 턱걸이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만일 삼성전자가 2012년 실적인 영업이익 29조원, 당기순이익 24조원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는다면 주가는 120만원 아래로 훌쩍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당기순이익 20조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197조원(우선주 포함)을 감안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가 된다. 순현금 67조원을 고려하면 여전히 싼 주가지만 이를 제외할 경우 결코 저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찬우 KB자산운용 리서치팀장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삼성전자와 애플의 영업이익의 합은 전 세계 휴대폰 메이커들의 영업이익에 맞먹었다"며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이같은 구도가 깨지면서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의 스마트폰 강자였던 삼성전자의 입지가 무너지면서 밸류에이션 하향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대했던 주주환원 정책이 없었던 것도 주가 부진의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은 중간 배당 증액이나 자사주 매입을 예상했지만 삼성전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영준 대신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불명확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줬다"며 "아직까지도 배당을 늘린다던지 주주환원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고 있기에 주가 하락은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증여·상속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전자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것도 배당 증액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배당 증액 등 주주환원 정책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주사 전환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획기적으로 올라간 뒤에 비로소 배당 증액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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