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 본격 시행 첫날…하교시간도 늦어질까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4.09.0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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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의 '오전 9시 등교' 시행 첫날을 맞은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여자중학교 정문에서 교사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마중하고 있다.경기도교육청의 '오전 9시 등교' 시행 첫날을 맞은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여자중학교 정문에서 교사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마중하고 있다.


경기 지역 초·중·고교에서 1일부터 '9시 등교'가 우여곡절 끝에 본격 시행되면서 이 정책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의 모든 학생이 당장 오늘부터 9시 등교를 반드시 해야 하는지와 평소대로 일찍 학교에 가도 괜찮은지, 등·하굣길 안전대책은 마련됐는지 등 이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두루 살펴봤다.

◇교육감 공약 아닌 '9시 등교', 누가 기획?=현재 자사고 존폐 논란보다 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집중 조명된 9시 등교 정책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공약이 아니다.



의정부여중 3학년 학생들이 지난 6월 사회과목 '지방선거 수업'에서 9시 등교를 놓고 토론한 내용을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정책 제안을 했고, 당선된 이 교육감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이런 사연에 경기도에서 9시 등교를 가장 먼저 시행한 학교는 의정부여중으로, 도입에 앞서 학생과 학부모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정도로 호응을 받았다.

그렇다면 경기도에 있는 학교는 전부 9시 등교로 못 박았을까. 그렇지는 않다. 등교시간을 정하는 것은 학교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기도교육청은 9시 등교를 학교 자율에 맡겼다. 실제로 1일 오전 경기지역 초·중·고교의 88.9%가 9시 등교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수능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의 참여율은 72.7%(451개교 중 328개교)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고3은 수능이 임박한 만큼 학교가 등교시간을 수능 때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맞벌이 부부 자녀는?, 등·하굣길 안전은?=9시 등교 정책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최대 쟁점은 '맞벌이 부부 자녀가 학교를 일찍 갈 경우 어떻게 되느냐'였다. 기존 등교시간이 부모의 출근 시간에 맞춘 오전 8시대에서 무려 한 시간 가까이 늦춰질 경우 그 시간 동안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아침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킨다는 구상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우수사례로 꼽은 경기도 부천의 범박고 1~2학년 아침 프로그램을 보면 일찍 등교해도 학교에 할 것이 많다. 요일에 따라 △자기주도학습 △영어청취반 △기타 동아리 활동 등 공부는 물론, 학생 자치나 봉사활동 등으로 채워졌다.


고양국제고도 'Early Bird 스포츠클럽', '글숲마루 독서' 등의 다양한 방과전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최대 300명의 학생을 수용하겠다고 경기도교육청에 보고했다.

이영철 고양국제고 교장은 "요즘 학생들은 올빼미형이 많아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 아침 수면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등·하굣길 안전도 일선 학교 '어머니회'나 담임교사가 학교 근처까지 나가 마중이나 배웅을 나가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경기도교육청은 내다보고 있다.

◇등교시간 늦춰진 만큼 하교시간 늦어진다?=9시 등교의 또 다른 우려는 등교시간이 늦춰진 탓에 하교시간도 늦어 학원 등 모든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과목에 따라 '블록타임 수업'을 진행하거나 아침 수업 시작 시간을 조금씩 앞당기면 실제 하교시간은 기존과 10~20분 차이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혁신학교에서 보통 운영하는 블록타임 수업은 1~2교시를 합치는 대신 쉬는시간은 20분이 아닌 10분대로 하면 그만큼 하교시간 차이도 줄일 수 있다.

또 9시까지 등교하더라도 수업을 9시10분에 바로 시작하면 일정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장은 "9시 등교 시행에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동시에 아침 프로그램을 얼마나 내실을 갖춰 선보이느냐가 이 정책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아침밥을 먹으면서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인성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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