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의 차 벤틀리 뮬산엔 숨은 나무 팔걸이가 있다

머니투데이 김미한 기자 2014.08.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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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한의 디테일]

벤틀리의 영국 크류 공장 내 전시관 모습. 사진제공=벤틀리(영국)벤틀리의 영국 크류 공장 내 전시관 모습. 사진제공=벤틀리(영국)


‘럭셔리 카’. 첫 마디에 떠오르는 것은 수억 원을 부르는 가격이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가 스스로를 그리 꾸며 부른 적도 없다. 때로 ‘프리스티지’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 역시 그들이 말하고 싶은 무형의 가치를 다 담지는 못한다. 누구나 최고급을 자처하는 시대에 상위 1% 미만의 고객을 상대하는 차에 대해 정확히 정의할 수 없어 사람들이 ‘럭셔리’라는 단어를 빌려 쓸 뿐이다.

표현뿐이 아니다. 요즘 차는 많은 부품과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오늘날 영국 롤스로이스는 BMW 그룹에 속해있다. 올해 출시한 레이스는 BMW 7시리즈의 플랫폼을 쓴다.



이탈리아 브랜드 람보르기니도 부가티 베이런도 영국의 벤틀리 마저도 폭스바겐 그룹이다. 탄생을 예고한 벤틀리 최초의 SUV도 아우디 Q7, 폭스바겐의 투아렉과 같은 플랫폼을 쓰게 된다. 기술로는 서로 특별한 차이를 만들기 힘들다.

상황이 이러하니 상위 1%를 상대하는 메이커는 아주 작은 매무새라도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다. 가장 빠른 방법은 애초의 자동차의 모습처럼, 자연에서 온 그대로를 찾는 것에 있다. 예컨대, 바로 실내 장식에 쓰이는 천연 나무다.
벤틀리의 영국 크류 공장 내에 쌓여있는 원목을 얇게 썰어 만든 마감재. 사진제공=벤틀리(영국)벤틀리의 영국 크류 공장 내에 쌓여있는 원목을 얇게 썰어 만든 마감재. 사진제공=벤틀리(영국)
실제 천연 원목을 넣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두 번째, 한 차에 들어가는 나무 트림은 하나의 같은 나무에서만 받아 온다. 지문처럼 다 다른 나무의 결들로 인해 하나의 나무에서 가져와야 일관된 통일성을 가지고 아름답게 보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무의 1차 가공 상태는 두께가 겨우 4~5mm에 불과하다. 빛이 없고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창고에서 보관하며, 이후 작업은 대부분 수작업을 거친다.



나무를 얻어 오고 다듬는 방식은 같은 그룹이라도 약간 씩 다르다. 예를 들어 아우디는 환경을 위해 조림지에서 재배된 목재를 비롯한 열대 우림에서 가져온 나무는 쓰지 않는다.

A7의 기어봉 아래 주로 매치되는 노란색 버포트 오크는 대나무 발처럼 나무를 얇게 잘라 이어 붙여 만든다. 질감을 살리기 위해 매끄러운 도장은 추가하지 않아 다소 거칠지만 아우디에만 있는 특별한 장식이다. 렉서스도 그렇다. 최상위 모델 LS에만 38일간 67개 공정을 거쳐 탄생한 시마모쿠라는 은은한 검은 광택의 나무가 들어간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나무를 다듬을 때 ‘북 매칭(Book Matching)’이라는 기법을 쓴다. 나무 하나를 반으로 나누어 완벽한 양쪽 대칭을 만든 뒤 실내 앞쪽부터 붙인다.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편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나무 하나를 양쪽으로 나누어 완벽한 대칭을 만드는 북매칭 공법으로 만들어진 원목 마감재. 벤틀리의 사진제공=벤틀리(영국)나무 하나를 양쪽으로 나누어 완벽한 대칭을 만드는 북매칭 공법으로 만들어진 원목 마감재. 벤틀리의 사진제공=벤틀리(영국)
때로 그 과정에서 나무의 동그란 옹이가 양쪽 무늬로 남아 누군가의 표정을 만들기도 한다. 한 번은 벤틀리 고객이 웃지 못 할 컴플레인을 했다. 원목을 붙인 대시 보드가 악마의 가면처럼 보인다는 불만이었다.


벤틀리 장인들은 두 말 없이 바꿔드렸다. 롤스로이스도 안전에 문제만 없다면 고객의 어떤 주문도 받아들인다. 고객이 키우는 사과나무로 장식해 달라는 황당한 주문도 거뜬히 처리했다.

마지막 한 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도 있다. 직접 공장을 가보고 안 사실이지만, 벤틀리의 최고급 세단인 뮬산의 도어 안쪽 팔걸이 속은 나무로 만든다. 물론 천연 원목은 그 자체로 탄성이 있어 기능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단가는 금속 부품보다 비싸다. 무엇이건 최신 합금으로 채워도 모자랄 곳에 나무라니.

영국 크류 공장을 안내한 벤틀리 홍보총괄 ‘Mr. 로빈’의 말에 모든 럭셔리 카에 대한 답이 있다. “주문자는 누구나 공정을 보러 올 수 있습니다. 숨길 필요 없는 과정이죠. 뮬산의 주인들은 자신이 팔을 얹은 이곳에 진짜 나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더 좋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 차의 주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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