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의 영국 크류 공장 내 전시관 모습. 사진제공=벤틀리(영국)
표현뿐이 아니다. 요즘 차는 많은 부품과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오늘날 영국 롤스로이스는 BMW 그룹에 속해있다. 올해 출시한 레이스는 BMW 7시리즈의 플랫폼을 쓴다.
상황이 이러하니 상위 1%를 상대하는 메이커는 아주 작은 매무새라도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다. 가장 빠른 방법은 애초의 자동차의 모습처럼, 자연에서 온 그대로를 찾는 것에 있다. 예컨대, 바로 실내 장식에 쓰이는 천연 나무다.
벤틀리의 영국 크류 공장 내에 쌓여있는 원목을 얇게 썰어 만든 마감재. 사진제공=벤틀리(영국)
A7의 기어봉 아래 주로 매치되는 노란색 버포트 오크는 대나무 발처럼 나무를 얇게 잘라 이어 붙여 만든다. 질감을 살리기 위해 매끄러운 도장은 추가하지 않아 다소 거칠지만 아우디에만 있는 특별한 장식이다. 렉서스도 그렇다. 최상위 모델 LS에만 38일간 67개 공정을 거쳐 탄생한 시마모쿠라는 은은한 검은 광택의 나무가 들어간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나무를 다듬을 때 ‘북 매칭(Book Matching)’이라는 기법을 쓴다. 나무 하나를 반으로 나누어 완벽한 양쪽 대칭을 만든 뒤 실내 앞쪽부터 붙인다.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편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나무 하나를 양쪽으로 나누어 완벽한 대칭을 만드는 북매칭 공법으로 만들어진 원목 마감재. 벤틀리의 사진제공=벤틀리(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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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장인들은 두 말 없이 바꿔드렸다. 롤스로이스도 안전에 문제만 없다면 고객의 어떤 주문도 받아들인다. 고객이 키우는 사과나무로 장식해 달라는 황당한 주문도 거뜬히 처리했다.
마지막 한 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도 있다. 직접 공장을 가보고 안 사실이지만, 벤틀리의 최고급 세단인 뮬산의 도어 안쪽 팔걸이 속은 나무로 만든다. 물론 천연 원목은 그 자체로 탄성이 있어 기능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단가는 금속 부품보다 비싸다. 무엇이건 최신 합금으로 채워도 모자랄 곳에 나무라니.
영국 크류 공장을 안내한 벤틀리 홍보총괄 ‘Mr. 로빈’의 말에 모든 럭셔리 카에 대한 답이 있다. “주문자는 누구나 공정을 보러 올 수 있습니다. 숨길 필요 없는 과정이죠. 뮬산의 주인들은 자신이 팔을 얹은 이곳에 진짜 나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더 좋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 차의 주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