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크라우드펀딩에 공들이는 중국

머니투데이 한택수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2014.08.2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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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택수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한택수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2009년 미국 킥 스타터(Kick Starter)에 의해 도입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투자 및 금융중개 등 본격적인 금융업무를 온라인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수행하는 이른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처음 등장했다. 2013년 중 킥 스타터는 1만9911건의 프로젝트로 4억8000만달러를 모금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혹자는 크라우드펀딩을 금세기 최고 금융혁신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들의 보수적인 시각과 오프라인을 통한 금융에 기대어 아직도 독과점의 달콤함에 빠져있는 제도권 금융기관들과 같은 기득세력들에 의해 아직도 크라우드펀딩의 확산이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흥미롭게도 금융에 대한 규제가 심하고 질적인 면에 있어서 금융의 선진국이라고 보기 어려운 중국에서 최근 들어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급증하는 추세다.

중국에서도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서 아직도 법적인 지원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이후 민간부문에서 법적인 규제회피가 가능한 이른바 회색(灰色)지대를 이용해 실제로 영화·커피점·부동산·태양광발전소 등의 프로젝트와 관련해 온라인에서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금해 투자 및 융자중개를 하는 실질적인 크라우드펀딩이 상당규모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중앙은행인 중국 인민은행 모부행장은 앞으로 3년 이내에 중국 크라우드펀딩 규모가 세계 제일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을 제치고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하는 인터넷 금융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의 개인적인 허풍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놀랍게도 세계은행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크라우드펀딩의 규모는 약 960억달러로 급성장하고 이중 과반을 조금 넘는 500억달러 정도가 중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금세기 최고 금융혁신으로 평가되는 크라우드펀딩이 중국 주도 하에서 성장하고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향후 세계 금융지도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크라우드펀딩의 태생국가인 미국에서조차 투자자 보호나 인터넷망의 안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혹은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들의 반발 등으로 본격적인 성장이 제한되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중국이 어느 정도 강도로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고 육성할 것인지는 현 시점에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올 연말까지는 크라우드펀딩이 제도권에 진입하도록 법적인 뒷받침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중국은 이미 기득계층인 은행이 아닌 인터넷 기반 회사들에 전방위적인 지급결제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결과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규모를 자랑하는 시가총액 2000억달러의 회사를 불과 10여년 만에 만들어낸 경험이 있는 나라다. 이러한 성공사례에 힘입어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인터넷 기반 회사들에 전국 규모의 은행 설립을 허가해 주었다. 따라서 인터넷 기반 회사들에 본격적인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 시장의 업계 표준을 장악하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급결제업무든 크라우드펀딩업무든 인터넷망의 특성상 업계 선두주자나 강자의 플랫폼이 시장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후발주자나 경쟁자들은 이들의 플랫폼에 입점할 수밖에 없는 하청업자 같은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중 FTA 체결 후 한국의 지급결제업무나 인터넷금융이 중국에 뒤지면 중국에 먹힐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플랫폼싸움에서는 10척의 배로 100척 넘는 적군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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