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업계 사상초유 땅값 조사 '보이콧'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송학주 기자 2014.08.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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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개편에 업계 반발…업계 "국피아 지원" vs 국토부 "예산절감"

감정평가업계 사상초유 땅값 조사 '보이콧'


감정평가업계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매년 위탁 받아 수행하는 땅값(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업무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토부가 예산절감을 이유로 업계에 불리하도록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방식 개편을 추진하면서 정작 절감된 예산은 '국피아(국토부+마피아)' 집합소로 불리는 한국감정원에 몰아주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지난 26일 전국 지회장 회의를 개최하고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업무 거부를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표준지공시지가란 각종 조세부과 및 부담금 산정기준이 되는 토지가격, 즉 '땅값'을 말한다. 국토부는 매년 9월부터 조사·평가를 실시해 1월1일 기준의 땅값을 4월 발표한다.

조사·평가는 국토부가 제시하는 일정 요건을 갖춘 대형 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들이 실시한다. 지난해에는 감정원을 포함한 14개 감정평가법인 소속 1352명의 감정평가사(이하 감평사)들이 업무를 수행했다.



이중 감정원 소속 감평사는 12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업계가 관련 업무를 거부할 경우 땅값 조사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장 다음 달부터 업무에 들어가야 하지만 업계의 '보이콧' 선언으로 차질이 사실상 불가피해진 것이다.

갈등은 국토부가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방식 개편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는 예산절감을 위해 현재의 정밀조사 방식을 기본조사와 정밀조사 방식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가변동률이 1% 이하로 크지 않은 지역은 약식조사가 가능한 기본조사로 변경해 보수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본조사 역시 조사·평가에서 비롯된 문제는 감평사가 책임지도록 했다. 보수를 낮추면서 책임은 그대로 전가한 것.


협회 관계자는 "기본조사 논의 초기에는 실지조사를 생략하고 약식으로 평가하도록 했다가 위법이라는 비판이 일자 현장을 실지조사하고 감평사의 책임하에 약식으로 평가할 수 있게 바꿨다"며 "감평사 입장에서는 책임과 처벌의 부담 때문에 기본조사 지역도 정밀조사 하지 않을 수 없어 사실상 조삼모사"라고 비난했다.

기본조사와 정밀조사의 업무수행 내용이 동일하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는 이번 조사·평가방식 개편이 사실상 '국피아' 집합소인 한국감정원을 지원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국토부의 2015년 지가조사 예산심의 자료에 보면 기본조사 제도 도입으로 절감된 예산 151억원이 고스란히 감정원 수행 업무에 편성됐다"며 "사실상 감정원 수익증대를 위해 강행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005년부터 실거래가가 도입돼 방대한 자료가 축적돼 있고 최근 부동산가격도 안정되는 추세인만큼 25년간 지속돼 온 평가방법을 시대흐름에 맞춰 고치는 것"이라며 "오히려 감정평가사들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감정원의 내년 예산증액도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사례조사 등의 예산이 증액된 것이지 표준지공시지가와는 다른 영역"이라며 "만일 감평사들이 끝까지 보이콧한다면 중·소평가법인이나 개인평가사들을 고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공시지가 평가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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