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국가와 델라웨어 주정부의 교훈

머니투데이 법무법인 김승열 양헌 대표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2014.08.22 14:54
글자크기

[변호사 김승열의 경제와 법]<12>

조세피난처국가와 델라웨어 주정부의 교훈


그간 논란이 되어 온 버진아일랜드는 소위 조세피난처국가이다. 이들 국가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자 법인세 등을 삭감하고 나아가 금융비밀주의 등을 보장하여 해외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이들로부터 정부재정을 충당하여 왔다. 그리고 미국의 델라웨어 주정부 역시 입장이 비슷하다. 이 주는 미국내에서 2번째로 작은 주이나, 놀랍게도 미국상장법인의 50%이상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즉 델라웨어는 열악한 주재정을 보완하기 위하여 기업친화적인 법률인프라 등을 구축하여 많은 기업들을 유치하여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조세피난처의 전략중의 하나인 금융비밀주의는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조세피난처의 느슨한 기업법에 의한 기업역시 본국에서 그 법인격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조세피난처에 대한 수요는 있다. 그렇지만 각국에서 해외금융거래 등의 투명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조세피난처는 점차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델라웨어주는 법인세 등의 혜택뿐만이 아니라 기타 실효성이 있는 기업친화적인 정책도 같이 병행하여 왔다는 점에서 다소 차별성이 있다. 실제로 회사법에 관한 한 미국내에서 델라웨어 회사법이 가장 발달한 법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비근한 예를 들어 보면, 델라웨어 주회사법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를 진행할 수 있는 진보적인 법규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주법원의 판결 역시 기업친화적이다. 최근에 미술경매회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분쟁사안에서 포이즌 필의 적법성을 재확인하는 등 상당히 진보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인 기업의 수요에 적극 부응하는 사회적인 인프라를 끊임없이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조세피난처와 델라웨어주정부는 상호 공통적인 면이 있다. 즉 둘다 기업 및 시장의 수요에 적극 부응하는 사회인프라를 구축하여 온 것이다. 그렇지만, 조세피난처의 정책은 최근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였다. 비근한 예로 스위스가 마침내 금융비밀주의를 포기한 것이다. 더 이상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흐름에 역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델라웨어주는 여전히 많은 기업이 선호하는 주로 남아 있다. 물론 미국기업이 해외로 나아가는 흐름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델라웨어주는 미국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유보금과세부분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만에 하나 시장에서 이제도의 본래의 취지가 왜곡된다면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는 법제도로 오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경이 허물어지는 글로벌시대에 기업은 법인세율이 낮고 규제가 없는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특히 법인의 경우는 생리학적인 국적의 여지가 달리 없어서 합리성이라는 절대명제에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이제 우리나라의 상장기업의 자회사중 60%가 해외자회사라고 한다. 해외진출의 원인이라는 면에서는 좀더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탈 대한민국”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분석하여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차제에 사회 간접인프라도 재정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금융소비자와 시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법제도적인 근거가 정비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인터넷기업을 통한 대금결제 등 IT금융업무에 대한 시장의 수요도 그냥 가볍게 취급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소비자인 기업 등에게 사회인프라를 제공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 역시 이제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였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즉 더 이상 독점적인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이 정부를 선택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점을 깊이 인식하여 좀 더 기업친화적인 법제도 및 사회인프라를 조속하게 구축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의 범세계적인 경쟁력이 평가되고 그 결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은 결코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TOP